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유럽연합(EU)이 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러시아에 대한 농산물 수출 자제를 권유하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에 농산물과 식품 '금수조치'로 맞대응 하고 나선 러시아가 부족한 수입물량을 채우기 위해 일부 남미국가들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서방 국가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고위 관리들의 말을 빌려 최근 러시아가 서방 농산물 수입로를 차단한 것을 기회로 브라질과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이 러시아 시장 수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러시아는 그간 농산물 주요 수입처였던 서방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부족한 수입물량을 채우기 위해 최근 남미 일부 국가와의 수입계약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 육류를 수출할 수 있는 브라질 업체 수를 현행 30개에서 90여개로 확대하고, 연간 닭고기 수입량을 20만t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 멕시코와 칠레가 각각 육류와 수산물 수입 대체시장으로 선정될 전망이다.
세네리 파우도 브라질 농무장관은 "러시아의 금수 조치는 브라질이 더 많은 옥수수와 콩을 러시아로 수출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러시아는 고기뿐 아니라 농산물의 대형 소비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가 얻게될 이 같은 반사이익과 함께 유럽 국가들이 입을 직·간접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EU는 대(對)러시아 수출을 자제시키기 위해 남미 국가와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U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수출 물량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과 대화를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그들이 현 상황으로 불공정하게 이익을 얻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개별 기업들이 러시아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지만 그런 상황이 EU와 미국, 노르웨이, 호주에 대한 러시아의 금수 조치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는 행위를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를 통해 남미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는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28개 EU 회원국 농산물 전문가 회의를 통해 러시아의 서방 농산물 금수 조치에 대한 포괄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