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거침없는 공세에 총리직을 둘러싼 쿠테타 발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라크 정국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치닫고 있다.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하이데르 알아바디(62) 국회부의장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3선 연임을 노리고 있는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가 이에 물러설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는 마숨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을 요청받은 직후 국영방송을 통해 "우리 모두 이라크에서 테러단체를 척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국민 통합을 촉구했다.
이후 바그다드 곳곳에는 알말리키 총리에게 충성하는 특수부대와 시아파 무장대원들이 배치되고 지지자 수백명이 보안군의 호위 속에 시위에 나서면서 폭력사태로 이어질 우려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계와 국제사회에서 알말리키 총리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있어 알말리키가 현재의 열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도 알아바디 총리 임명에 지지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마사 바인야드에서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 직후 “이라크의 새 총리 지명은 이라크가 민족 및 종파 분열을 끝내고 보다 통합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이라크 주재 유엔 특사도 이날 "이라크 의회의 모든 정파가 신속히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새 총리 지명 소식에 화답했다.
이처럼 이라크 정부와 국제사회가 새 정부 조직에 속도를 내는 것은 분열된 종파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IS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이라크가 내전 위기에 휩싸이자 이라크 안팎에선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모든 종파를 아우르는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편, 이날 미 국무부는 IS에 맞서 이라크 아르빌을 방어하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KRG) 군대에 무기를 지원했으며 추가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그간 관례를 깨고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강수를 던진 것은 이날로 나흘째를 맞는 미군의 공습이 IS의 진격에 제어를 걸기는 했으나 미군의 공습만으로는 IS를 격퇴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쿠르드군이 현재는 IS 격퇴를 위해 정부군과 이례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KRG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무기지원이 미국에 오히려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또한 무기지원에 대해 "이라크의 장기적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치명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