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28사단 소속 윤일병이 선임병 폭행으로 숨지고 다른 두 상병이 동반자살하면서 징병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면서 모병제 도입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다.
징병제가 부대 부적응자를 양산하고 군대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그 대안으로 모병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병사 비율을 줄이고 질 좋은 소수 정예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남북 간의 대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군 당국이 병사들의 자유를 지나치게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군 복무가 힘든데 생활시설마저 열악하면 병사들의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병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박탈하는 빡빡한 근무에 대한민국 병사들은 사지에 몰린 상황이다.
"동틀 무렵부터 해질 무렵까지 근무를 하고 후반 야(夜)까지 선임병과 둘이서 경계 근무를 해야 해 매우 지치고 힘들다. 특히 실탄과 실수류탄, 총검 등을 차고 긴장상태에서 휴일 없이 근무가 계속되는데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한다."
전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오모(36) 씨의 말이다.
하루 생활은 빡빡하게 돌아가고 모든 것이 단체생활이다. 전방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의 생활은 잠을 자거나 근무를 서거나 둘 중의 하나다. 주간 근무와 전반 야(夜), 후반 야(夜) 3교대로 근무가 매일 돌아가기 때문에 항상 잠이 부족하다.
일과가 끝나더라도 부대 밖에서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대부분 육군 병사들은 3개월에 한 차례 허용되는 주말 외출·외박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부대 밖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병제 도입은 가능할까.
문제는 예산이다. 병 복무기간이 21개월로 짧아지면서 전투력 유지에 각 부대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감안하면 모병제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예산 제약이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원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정 병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5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려면 연간 최소 6조원의 예산이 더 든다"고 밝혔다. 30만명만 유지하려 해도 2조5000억원이 더 든다.
40만명 수준인 병사를 직업군인으로 대체하면 하사 초임이 25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매년 1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병사 월급으로 책정된 예산은 연간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예산상의 문제는 물론 남북 분단 현실을 감안할 때 모병제 도입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국가들은 '병력 30만명 이하와 병사 GDP 약 3000만원 이상'을 모병제 전환 조건으로 제시한다.
러시아는 징병제와 모병제 비율을 6대 4 정도로 혼합해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등은 모병제로 전환한 이후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정 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모병제가 가능할지 심화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