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환한 미소'뿐 이벤트는 없었다.
14일 오전 10시 35분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국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했다.
이번 교황 방한은 교황으로는 역대 세 번째다. 일반 대중에 각인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1984년 한국에 온 그의 퍼포먼스는 강렬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국 장면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요한 바오로 2세
1984년 5월 3일 오후 2시 11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요한 바오로 2세는 특별기에서 내려서자마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하면서 한국의 땅에 입을 맞췄다.
이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국 장면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도착 성명에서 "한국은 유구한 역사에 걸쳐 시련과 풍파를 무릅쓰고 언제나 새로이 일어설 줄 아는 생명과 젊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라며 "모든 생명이 신성시되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으며 억눌리지 않는 모든 이가 진실한 형제애로 사는 그런 사회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닌가"라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해 한국인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에도 한국을 찾아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 소탈한 프란치스코 교황
그로부터 30년 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 그 자체였다.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소탈한 성품대로 별다른 의전 행사 없이 간소하게 환영 행사를 치렀다. 환영을 축하하는 예포 소리가 민망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랩 아래에서 박 대통령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통역사를 사이에 두고 잠시 환담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하자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중 나온 한국 천주교 주교단 대표들, 정부 주요 인사, 평신도 대표 32명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특히 1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만날 예정인 교황은 이날 공항에 나온 세월호 참사 유족 4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이날 환영단에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세월호 유가족 외에도 새터민,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등이 평신도 대표로 포함돼 교황과 먼저 만났다.
예정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 교황은 환영단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소형차량 쏘울을 타고 숙소인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이동했다. 교황은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개인미사 시간을 가진 뒤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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