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예상치 안에서 기준금리(2.50%→2.25%)를 내렸고, 추가 인하 가능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대감에 코스피가 먼저 올랐지만, 정부가 더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잇달아 나왔던 부양책도 단박에 효과가 가시화되기가 쉽지 않다. 3분기 기업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외 이벤트에 증시가 좌우될 공산이 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2050~210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수급 불안이다.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7월 31일까지 3거래일 연속 8조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달 들어 14일까지 10거래일을 보면 하루 평균 6조원 남짓을 기록하고 있으며, 5조원대에 머문 날도 사흘이나 됐다.
그나마 공백을 메운 것은 외국인이다. 기관ㆍ개인이 14일까지 한 달 동안 각각 약 1조7600억원, 1조54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반면 외국인은 3조8900억원어치를 샀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이미 많이 올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유럽 증시도 우크라이나 사태나 디플레 우려가 크다"며 "신흥국 매력이 커지는 가운데 상반기 가장 덜 올랐던 한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에도 한계는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상반기만 1055.4원에서 1011.8원으로 4.1% 하락하면서 국내 주요 수출주가 잇달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환율이 14일 현재 1021.2원까지 올라왔지만, 연초에 비하면 여전히 3% 넘게 떨어진 상황이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도 본격적인 강세장에서 사들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빠져 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네이버(1695억원)나 KB금융지주(1539억원), 신한금융지주(1425억원), 한전KPS(1152억원), LG유플러스(715억원)처럼 개별 재료를 가진 종목을 많이 샀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양책만으로 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초단기적인 시각"이라며 "재정ㆍ통화정책이 모두 나왔지만, 투자심리가 의미 있게 바뀌려면 기업실적 및 경기지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경기를 낙관하고 조기 금리인상에 나서도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에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지면 채권값도 강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지표 개선이 상당한 호재로 평가됐지만, 다시 꺾이는 모습"이라며 "기업실적 턴어라운드도 생각보다는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달 말까지 수차례 반등 기회가 있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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