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교황 방한 이틀째…153cm·27kg 거식증 앓았던 여대생과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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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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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틀째[사진 제공=교황방한위원회]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천주교 사제의 도움으로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거식증을 극복한 20대 여대생 A씨가 교황 방한 이틀째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오찬에 초대받았다.

A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4년 전만 해도 이런 기막힌 행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53cm, 27kg…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왜소했다. 뼈와 가죽만 남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부모 손에 이끌려 여러 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했지만 자해 소동 끝에 병원 문을 나와야 했다. 먹고 토하는 게 하루 일상인 A씨는 결국 입시를 앞두고 학교도 휴학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에 걸린 A씨는 그렇게 조금씩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부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청소년 담당사제를 찾아갔다.

"신부님, 제발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

아무 말 없이 부모의 하소연을 듣던 신부가 입을 열었다.

"전 의사가 아니어서 따님을 살릴 능력은 없지만 친해질 수 있는 기술은 있습니다."

신부는 이후 3개월 동안 숨어서 A씨를 관찰했다. 부모의 요청이 아닌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접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인기피증이 심한 A씨는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결국 부모는 신부를 집으로 초대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A씨와 친해진 신부는 어느 날 소녀에게 농담처럼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

"내년(2011년)에 스페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데, 너 거기 갈래?"

하지만 A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루하루 사는 것도 힘든데 그 먼 곳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신부가 전해주는 세계청년대회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체력으로는 무리'라는 의사의 진단은 오히려 '꼭 가고야 말겠다'는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그 때 신부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몸무게를 40kg로 만들어 오면 데려갈게."

이 말을 들은 A씨는 제 발로 병원에 찾아가 입원했다. "왠지 세계청년대회에 가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A씨는 회고했다. 몇 개월 간의 견디기 힘든 치료를 받은 끝에 A씨는 당당한 모습으로 신부 앞에 나타났다. A씨의 몸무게는 약속한대로 40kg가 넘었다.

A씨의 기대대로 2011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하루에 수십 km씩 걷는 힘든 여정 속에서도 웃으며 서로 안아주고 격려하는 전세계 청년들과 어울리면서 A씨는 자신이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학교에 복학한 소녀는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A씨는 전공을 의학으로 바꾸는 문제를 고민 중이다. 전공을 바꾸려는 이유에 대해 A씨는 웃으며 말했다.

"저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은 제가 가장 잘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먹는 문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청년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A씨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식탁에 앉아 점심식사를 했다.

A씨는 오찬 전 "'내년에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지금 돈을 모으는 중인데 로마에서 교황님을 찾아가면 점심 한 끼 사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볼 겁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교황 방한 이틀째인 15일 교황은 오전 10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미사’를 집전했다. 오후 1시에는 대전가톨릭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아시아 청년들과의 오찬’을 가졌다.

이후 교황은 오후 4시30분경 솔뫼성지에 도착한다. 영접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홍장 당진시장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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