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15일 정오 무렵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처럼 빨간 날(광복절)인데 시간되면 야구나 같이 보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평소 '귀차니즘' 발동이 잦아 집구석에서만 틀어박혀 TV 야구만 시청하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달가운 제안이었다.
가을을 맞아 선선한 바람도 쐴 겸 오랜간만에 반가운 지인도 만날 겸 게다가 야구 관람까지 가능하기에 오후 7시쯤 인천에 위치한 문학경기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빨간 날(광복절)이라 그런지 길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 틈을 비집고 부랴부랴 달려 가까스로 약속장소에 도착한 기자는 지인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저 방금 도착했어요. 지금 어디세요"라고 묻자, 선배는 "3루 끄트머리 꼭대기 좌석층으로 오라"며 단박에 전화를 끊었다.
'늦깎이' 야구팬인 기자는 순간 넓디 넓고 잘 보이는 자리가 수두룩한데 왜 하필이면 수많은 관람석 중 '3루 끝트머리 꼭대기 좌석'으로 오라고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말끔히 사라졌다.
야구장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사방이 탁 트인 시야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향한 야구팬들의 환호성과 맞다은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칠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보통 야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타자나 포수의 시야를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중계진과 취재진도 홈플레이트 쪽 자리에 집중된다. 한 때 김형준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도 “홈플레이트 쪽에서 홈런 타구가 까마득히 솟아오르는 것을 보는 쾌감이 일품”이라며 “투구와 타구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중계진 쪽 자리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이 말에 100% 공감한다.
"나도 3루 끝트머리 꼭대기에서 야구를 본 적이 있지만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니다"라고 반문하는 야구팬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분들은 그냥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좌석에서 편하게 관람하시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다만 야구경기장을 처음 가보시는 분들 야구장을 다녀봤지만 3루 끝트머리 꼭대기에서는 관람 경험이 없으신 분들에게 한 번쯤 적극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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