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박근혜 정부가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활성화대책을 내놓자마자 각각의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들은 ‘의료민영화 종합판’ 이라며 날을 세웠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위한 모든 규제를 다 풀기로 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름만 투자개방형병원일 뿐 국내자본이 투자되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사실상 영리병원들이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서 제한 없이 설립될 수 있게 된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세계화·미래화를 공공화의 가치로, 극단적 부작용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다.
국민 여론이 경제 살리기‧일자리 창출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책이었다.
정부는 “한국이 아시아 의료허브를 두고 경쟁하는 국가들 보다 한 단계 도약하고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보건의료서비스산업분야에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단체들은 ‘보이콧’ 했다.
오히려 보건노조 측은 정부의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오는 28일부터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3차 총파업 총력투쟁에 돌입키로 했다. 이어 29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주요도시에서 의료민영화 반대 릴레이 집중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각계각층 대표자 연석회의 개최 등의 활동을 전개해 11월1일엔 범국민 궐기대회까지 진행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중요한 현안을 내놓을 때는 나름대로 철저한 시장흐름을 분석했을 것이다. 국가정책을 마련하는데 그러한 노력 없이 ‘뚝딱’ 만들진 않을 것이란 건 상식이다.
문제는 그러한 중요 정책수립에 대한 충분한 소통 부족이다. 당사자는 “할 만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지만, 충분한 대화로 안 풀릴 갈등은 없다.
‘원격의료’를 놓고 아직도 샅바싸움을 하는 의협과 정부도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더한다면 충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해당사자들의 아름다운 양보가 아닐까.
지난 14일 닷세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며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모습이 전 세계로 방송을 타며 잔잔한 감동을 줬다. 미사와 성직자 접견을 빼고는 대부분의 연설을 영어로 한 것도 우리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었다. 소통을 위한 가치의 중요성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어·스페인어가 낯선 우리나라, 교황은 통역없이 대중과 곧바로 소통하기를 원한 것이다.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은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고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권도 우리 사회의 균열과 갈등이 풀리길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교황 방한을 계기로 보건·의료계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통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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