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방한 나흘째인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을 찾아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하며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날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폐막 미사가 열린 해미읍성은 조선 후기에 천주교 신자 수천 명이 처형을 당한 곳으로 천주교 성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4박5일간 한국사회에 전한 '평화와 화해' 그리고 '희망과 사랑'의 울림이 커지고 있다. '가난한 자의 벗'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권위와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하고 겸손했다. 환한 미소와 묵묵히 들어주는 모습, 고통받은 자를 지나치지 않고 손잡은 위로하는 '감동의 스킨십'은 말보다 더 큰 소통임을 보여줬다..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서 '한반도 평화'대해 즉흥연설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 조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한국 참가자의 질문에 "고통스럽고 힘든 질문이었지만 이런 질문을 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라면서 "그러나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자리에서 교황은 청년들에게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라"고 요청했다.
첫날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기억하고 있다"고 했던 교황은 방한내내 세월호 아픔과 함께했다. 노란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하고, 카퍼러이드 도중에 차에서 내려와 유족의 손을 잡았다.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감동의 스킨십'은 눈길을 끌었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길 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도 주목받았다. 교황은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한글로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방한 기간 매일 1∼2개씩 한글로 된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다.
'가난한 자의 벗'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천주교 주교단에 대해서 따끔한 충고를 했다. 교황은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며 ""가난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가난한 자를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순교자의 땅' 한국에 내리자마자 격식을 차리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한 교황의 행보는 방한 마지막인 18일에도 계속된다.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 싸용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환송식을 마친 12시 45분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바티칸으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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