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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아마골프챔피언십 우승자 양건 풀 스토리, “무조건 드라이버로 질러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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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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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승전 파5홀서 333야드 날려 가볍게 2온…“스윙에서 중요한 것은 템포·집중”…“프로전향은 대학 졸업 후에”

양건(가운데)이 16일 열린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승리한 후 캐디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양건의 상대였던 프레드릭 웨델(미국)이다.                                                           [사진=USGA 홈페이지]



“우승을 한다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이번 대회를 위해 티셔츠 넉 장, 반바지 3개, 벨트 2개를 가져온 것만 봐도 알지 않겠어요?”

양건(21·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2)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무명’이었으나 17일(현지시간) 끝난 제114회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남자아마추어골프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대회는 월·화요일 이틀간 스트로크플레이 36홀을 치러 64명을 추린다. 그런다음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여섯 차례의 매치플레이를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목요일에는 32강전과 16강전이 오전·오후에 잇따라 열리고, 결승전은 일요일 36홀 매치로 치러진다.

공식 대회 일정만 일주일이고, 결승까지 갈 경우 아홉 번의 라운드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양건은 짐을 그렇게 꾸렸다니, 그의 우승이 ‘이변’은 이변인 듯하다.

우승 직후 양건의 아버지 양성진씨(54)와 전화통화한 내용, 연합뉴스의 보도를 종합한다. 양성진씨는 강원도에서 치과의원을 한다.

비교적 늦게 골프에 입문

강원 평창에서 태어난 양건은 서울 오륜초등학교 5학년말께 골프클럽을 잡았다. 요즘 추세로 볼 때 조금 늦은 입문이다.

아버지는 그를 호주로 골프유학을 보냈다. 중학교 때부터 5년간 호주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그런지 국가대표를 지낸 평창 출신 동갑내기 이수민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아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강원 속초 출신의 김경태 부친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한연희 프로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했다.

아버지 양씨는 “호주에는 대학에서 골프팀을 두는 곳이 없다. 그래서 아들의 골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미국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양건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갔고 토리 파인즈고교 12학년(한국의 고3 해당)에 편입했다.

양씨는 “미국 대학골프팀은 보통 고2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생들을 조기에 결정한다. 건이는 고3으로 편입해서 늦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 주립대 코치가 건이를 눈여겨 보고 뒤늦게 대학 입학을 도와주었다.”고 전했다.

양건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과정 1년을 마친 후 대학에 들어가 2년째 재학중이다. 전공은 심리학이다. 골프선수 중 심리학을 전공한 이가 많다. 톰 왓슨은 스탠포드대에서, 필 미켈슨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장까지 땄다.

허리 디스크로 선수 생활 그만둘 뻔

양건은 지난해 5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타이거 우즈가 올해초 받은 수술과 비슷한 양상이다. 수술 후 4∼5개월간 재활했다. 아버지는 “수술받을 때만해도 더 이상 선수 생활을 못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해말께 다시 스윙을 시작했고 지금도 물리치료 등의 재활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래서 대회에 자주 나가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물론,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챔피언십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아마추어 세계랭킹은 776위다. 작심하고 랭킹을 뒤지지 않으면 그가 어느 순위에 있는지 찾아보기조차 힘든 순위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장타자

양건의 플레이 스타일은 공격적이고, 대부분의 파4, 파5홀에서는 드라이버를 잡는다.

이 대회에서도 360야드를 조금 넘는 애틀랜타 어슬레틱클럽 하일랜즈코스 13번홀(파4)에서 클럽선택 문제로 캐디와 이견을 보였다. 캐디는 “아이언티샷을 하라”고 했고 양건은 “아이언티샷을 하면 벙커에 들어가기 십상이다. 그럴 바에야 드라이버를 잡겠다.”며 고집대로 했다.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이 홀에서 아이언을 잡았다.

양건은 드라이버를 쳐도 세게 친다. 그래서 거리는 300야드를 넘나든다. 결승전 오전 매치 18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샷을 333야드 보낸 후 2온을 했다. 3퍼트로 보기를 기록했지만….

“건이가 원래 그래요. 제 고집대로 멀리, 세게 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온 것이 아닌가 해요.” 아버지의 말이다.

양건 자신도 “나는 야디지를 안 본다. 코스에 나와서 느낀대로 샷을 한다. 요컨대 볼을 홀에 최대한 가까이 갖다놓는 샷을 한다. 통계같은 것은 안믿는다.”고 잘라말한다. 또 “가끔 보수적으로 샷을 해보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고 설명한다.

매치플레이는 누가 더 많은 홀에서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요컨대 파로 비기느니, 버디를 많이 잡는 편이 기선을 제압하는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 본선은 매치플레이로 치러졌고, 양건의 공격적 플레이 스타일이 매치플레이의 특성과 맞아떨어진 것도 우승의 한 요인일 것이다.

◆"템포·집중만 생각한다"

양건은 대학코치인 도허티의 지도를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매치가 끝날 때마다 전화로 코치에게 어드바이스를 구했다. “코치는 스윙을 바꾸거나 하는 등의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스윙할 때 템포만 지키라고 말합니다. 특히 다운스윙을 할때 평소의 템포대로 스윙하라고 조언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양건은 또 플레이할 때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는다. 자신의 게임에만 몰두하고 지금 하려는 샷에만 집중한다. 16강전에서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올리 슈나이더즌(미국)과 맞붙어 1홀차로 승리한 후에도 “상대가 누구든 한샷한샷, 그리고 내 게임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프로전향은 대학 졸업 후에…”

이 대회 챔피언은 내년 4개 메이저대회 중 3개 메이저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크나큰 혜택이다. 다만, 그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한다는 조건이다.

아버지 양씨는 “내년 물론 메이저대회에 나간다. 마스터스에는 나도 가볼 생각이다. 아들은 대학졸업을 시키겠다.’고 말한다. 대학졸업 때까지는 프로로 전향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양건은 “대학에서 더 배우고 연습한 뒤 프로로 전향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잭 니클로스처럼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양건은 “올 시즌에도 미국 대학대회에 주력하겠지만 오는 10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는 꼭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건은 이 우승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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