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임성한 월드', 모래성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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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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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MBC 새 일일드라마 '손짓'(가제)이 오는 10월 첫 방송을 앞두고 캐스팅에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손짓'은 여느 드라마와 화제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타 드라마가 특정 배우의 출연 여부, 줄거리를 기본으로 이슈가 된다면 '손짓'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중고 신인'을 좋아하는 임성한 작가 덕분에 캐스팅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꿰찼다. 덕분에 남녀주인공 물망에 오른 강은성, 예림은 출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대중에 이름이 각인됐으니 배우 입장에서도 호재다. 말많고 탈많은 임성한 작가라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률이 보장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처음 '임성한 작가가 돌아온다'는 소식부터 'MBC에 작품이 편성됐다' '어느 배우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 모두 걱정이 앞서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전작 '오로라공주'가 기상천외한 전개, 배우들의 갑작스러운 하차와 죽음 등 막장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임성한 작가의 달라지지 않은 태도 때문이다.

임 작가는 대표적 신비주의 작가다. 시놉시스조차 공개하지 않으며 출연 배우를 포함한 드라마의 대부분의 권한은 전적으로 작가의 몫이다. 신인 혹은 '임성한 사단'의 배우를 고집하고 조카인 백옥담을 '오로라공주'에 이어 출연시키는 것은 제맛에 맞는 배우를 출연시키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론 홍보도 원치 않는다. 보도자료를 내는 것조차 꺼려 방송 담당 기자는 방송국에 직접 문의하지만 담당자 역시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캐스팅이 마무리 단계냐, 촬영은 언제 들어가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임성한 작가가 결정할 문제"라는 답을 고수하고 있다.

'손짓'에서 이례적으로 새 드라마에 대한 시놉시스를 출연배우들에게 공개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시놉시스 공개는 어찌 보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무슨 이야기를 그릴지도 모른 채 작품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직무유기다.

견고하지 않은 '임성한 월드'를 탄탄히 쌓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단순히 시청률과 화제성만 봐서는 안 된다. 철통보안, 신비주의를 벗고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들으려는 소통이 필요하다. '오로라공주'로 임성한 작가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MBC가 이번에는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임성한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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