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극본 오선형·연출 이재상)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톱스타 장준현 역을 맡아 시청자와 만났다. 트로트의 연인을 꿈꾸는 최춘희(정은지)를 키우는 매니저로 변신,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였다. 그는 특유의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뻔한 캐릭터를 뻔하지 않게 승화시켰고, 때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극과 극 캐릭터를 오가며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지현우의 귀환을 알렸다.
5월 전역 후 6월 첫 방송, 전에 없던 'LTE급' 빠른 복귀였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국민이 슬픔에 빠졌을 때 안방극장에 꿈과 희망을 전달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출연을 결심했다.
숨 돌릴 틈 없는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나 떨어졌을 방송 현장 감각이 걱정이었고, 완벽히 사회인으로 돌아오지 않은 그가 예전처럼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다.
"군대에 있으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져요. 자연스럽게 저의 자아를 찾았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봤어요. 그러면서 '아 정말로 내가 좋아했던 일이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이 일이 저의 자아였던 거예요."
말년 휴가에서 만난 김재상 PD는 그에게 빠른 복귀를 권했다. 연기에 목말라 있는 그에게는 '쉼'보다 '작품'이 우선이라는 조언이었다.
"감독님이 '뭘 그렇게 깊게 생각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싶은 욕구는 기본이고,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석달만 쉬자. 넉달만 쉬자' 하다 하면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았거든요. '트로트의 연인' 덕분에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죠."
확실히 달라졌다. 군 입대 전 '인현왕후의 남자' 촬영 현장에서 만났던 지현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거리낌없이 내뱉는 말에는 진중함이 묻어있고,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힐 때의 눈은 예의 반짝였다. 진짜 배우의 옷을 입은 게 분명했다.
지난 2년, 지현우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금 진중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예전에는 말을 생각없이 뱉었다면 지금은 생각을 많이 하고 이야기해요. 예전에는 스태프에게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거든요. 현장에서 스태프와 많이 부딪히는 배우였죠. 지금은 당연히 아니고요."
지현우은 모든 원인이 '군대'라고 했다. 늦은 나이에 간 군대에서 나이 어린 선임을 붙잡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대신 온종일 책을 붙들고 살았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에는 고민, 또 고민을 반복했다.
"'내가 과연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생각이 많았던 만큼 욕심에 물이 올랐고 이번 작품에 올인하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어요. 제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고요. 오랜만의 출연이라 그런지 작품에 욕심이 많아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한 것 같기도 해요, 하하."
"배우는 변호사예요. 시청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캐릭터에 대해서도 배우는 설득시켜야 해요. 배우니까요. 어떤 배우가 작품에 불만이나 불평을 늘어놓으면 이렇게 이야기 하죠. '따지지 말고 그냥 해'라고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설정돼도 배우는 뼛속까지 그 캐릭터가 돼서 설명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런 이치를 배웠죠."
지현우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은 뒤 스릴러나 공포 같은 무거운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단다. '국민 연하남'에서 '국민 상남자'로 돌아온 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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