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이끄는 대장주가 상반기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것도 환율 영향이 컸다. 미국 금리인상 논란이나 중국 경기둔화도 부담스럽다. 3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사도 기관은 팔고, 개인은 관망하는 지루한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2040선 초반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코스피는 22일까지 한 주 동안 2063.22에서 2056.70으로 6.52포인트(0.32%) 하락했다. 뚜렷한 방향 없이 한 주 내내 강보합, 약보합이 되풀이됐다.
아직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결국은 시간 문제다.
최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8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201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꾸준히 줄어들면서 고용지표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연말로 갈수록 금리인상 논란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21일 1023.6원까지 올랐지만, 다음 날 1017.7원까지 떨어진 채 주간 거래를 마쳤다. 7월 들어 1040원에 바짝 다가서면서 안정을 찾던 환율이 다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 탓에 3분기 기업실적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수가 지수 움직임은 물론 종목을 선택하는 결정 요인이 될 것"이라며 "원화강세 속도에 따른 외국인 현ㆍ선물 매매 추이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역시 눈높이를 낮추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한동안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경기지표가 나빠지는 가운데 그나마 부양책이 예상되는 점은 호재다. 8월 홍콩상하이은행(HSBC)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잠정치는 50.3으로 전월치(51.7)와 시장 전망치(51.5)를 모두 하회했다.
조은애 NH농협증권 연구원은 "PMI뿐 아니라 산업생산을 비롯한 실물 경제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경기둔화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부양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달 초 매도우위를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사자에 나서고 있다"며 "선진국 증시는 이미 많이 뛰었고, 신흥국 가운데 가장 덜 오른 한국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