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은행 대여금고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의 대여금고에서 뭉칫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KB국민은행의 대여금고에 수천만원을 예치했다.
대여금고는 비리 혐의자의 자금은신처로 종종 등장한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대여금고에서도 거액이 예치된 예금통장 50여개와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점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대여금고는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 것일까.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 중 대여금고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1분기 말 기준 전국 1151개의 지점 중 800개 지점에 대여금고가 있다. 우리은행은 749개, 신한은행은 700개, 하나은행은 500개다.
대여금고는 원칙적으로 해당 은행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방문할 영업점에 대여금고가 비치돼 있는지 확인 후 신분증만 갖고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보증금 4만∼50만원, 수수료 1만5000∼5만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열쇠로 여닫는 대여금고 이용료가 가장 싸고,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의 전자식 방식은 더 비싸다. VIP 고객에게는 마케팅 차원에서 전자식 금고를 무료로 빌려준다. 통상 1년씩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대여금고 이용객들은 주로 수표, 채권, 귀금속 등을 도난이나 화재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이용한다. 부패할 수 있거나 인화성 물품이 아니라면 무엇을 보관하든 상관없다.
대여금고에 들어있는 정확한 내용물은 은행도 알 수 없다. 대여금고는 잠금장치가 된 별도의 공간에 있는데다 은행직원은 안내 후 자리를 피해준다.
이런 비밀 보장 기능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애용한다. 소득과 재산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지난해부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VIP고객들의 이용률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이나 영업점에서는 거래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우선 대여해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여금고가 한정돼 있는데다 최근 일반 고객들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대여금고가 부족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VIP고객에 우선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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