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정부는 확장적 거시경제를 추진하는 만큼 큰 영향이 없다며 낙관론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내년 41조원 재정지원으로 저성장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원도 중요하지만 단기 부양책보다 소비심리를 개선하는 것이 저물가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 정부의 낙관론 “디플레이션 논할 단계 아니다”
25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당국에 따르면 최근 저물가 장기화 우려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디플레이션 등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도 낮다고 일축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디플레이션 등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며 “새 경제팀에서 일본을 따라가지 않기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12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21개월 연속 1%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기 불황을 얘기하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는 내년부터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이 집중 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재정과 정책금융 등 41조원을 투입하면 저물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중순까지 재정정책 이외에 고령화 대비와 내수 부양을 위해 사적연금 활성화, 가계소득 증대 세제, 규제 개혁, 유망 서비스업 육성 등 저성장 출구전략도 마련 중이다.
◆ 확장적 거시정책, 믿을 만한 대안인가
정부는 저물가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경제에 만연한 저성장 기조를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성장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도 높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확장적 거시정책이 믿을 수 있는 대안이냐는 부분이다. 가계부채 누적,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 등 곳곳에 도사리는 정책 변수가 발생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같은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을 취임 후 가장 먼저 강조했다. 현재 한국경제 흐름이 일본의 디플레이션 진입때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1996년 99.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74.3%로 계속 떨어졌다. 고령화, 부채 가중 등 여러 가지 지표에서도 일본이 장기 불황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히 커졌다”며 “수요 부족 등으로 저물가가 유발됐다는 점에서 (한국이) 절반 이상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정부 물가예측 오류투성이…시장 불안감 해소될까
정부는 올해 초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도 현재 물가 수준이 안정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행도 저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으로 정부를 지원사격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는 저물가 기조는 제도적 요인 등 일시적 상황이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당시 최병재 한은 조사국 계량모형부 과장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변동요인 분석’ 자료를 통해 “2012년 하반기 이후 물가는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품목에서 공통요인에 의해 초래된 가격변동 지속성이 부문특성요인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향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일방향의 연속적인 충격발생 현상이 완화되고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상승압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예측은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다. 일시적이라던 저물가는 21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최근 3%대로 물가가 상승한 것을 볼 때 상당히 낮은 수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제기한 저물가의 ‘일시적 현상’ 역시 그 시점이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한 물가 상승 시점을 내놔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올해 1분기부터 가계 실질소득은 늘어도 평균소비성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후·주거불안과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벌이가 조금 나아졌어도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어 “정부가 특정 정책으로 민간소비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소비 심리 개선을 위해 노후나 일자리, 주거 문제 등을 뒷받침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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