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된 정책 수혜주는 없느냐는 질문에 이런 단서를 붙여 답했다.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때는 이름을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다고 생각해도 실명으로 경고하는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을 분석하고, 앞으로 주가를 예상해준다. 보고서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어 부정적인 보고서를 꺼린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보고서 덕에 손실이 최소화될 수 있고, 새로운 피해자도 막을 수 있다. 당장 기존 주주로부터 항의가 두렵다고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어떤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악재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리스크 해소 기대' 같은 제목이 달린다. 상반기 실적이 나빴다면 '3분기 이후 기대' 같은 제목을 붙인다. 수혜주나 기대주, 유망주는 넘치지만 '우려주'는 없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나온 보고서 1만5700여건 가운데 매도 의견을 담은 것은 5건밖에 안 됐다. 반면 강력 매수 의견은 1300건을 넘었다.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한 소수 증권사가 일정 비율로 매도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증권이나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같은 대형사가 나서야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업계 불황은 더 길어질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