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내 작업은 정물이나 사진을 그대로 보고 그리는 리얼리즘이나 하이퍼리얼리즘과는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내가 관심이 가는 사실이나 이미지의 파편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그 입력 된 이미지들은 상상으로 그려낸다."
작가가 하이퍼리얼리즘과는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박성민 그림이 미술시장에서 나왔을때, 모두 '사진보다 더 진짜같은 그림'이라며 깜짝 놀랐다. 더욱이 붓질하나 없이 매끈한 화면때문에 '전사 기법'(사진을 인화해 그 위에 그리는)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야기됐다.
하지만 그림은 작가가 10여시간 꼬박 앉아 그린 완벽한 붓질로 나온 작업으로 판명(?)됐고, 덕분에 그림은 주가가 올라갔다.
이후 '스타 작가'로 등극한 박성민은 국내 하이퍼리얼리즘 대표 작가로까지 부상됐다. 그림처럼 빈틈없고 성실하고 끈기있는 작가는 그의 브랜드 ‘Ice Capsule'시리즈를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일명 '얼음 그림'으로 더 유명한 작품은 10년의 세월을 거쳐 생생한 사실감에서 벗어나 초현실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기 그릇에 담긴 얼음에 과일, 청미래나 딸기, 블루베리등은 초록의 이파리와 함께 꿈틀거리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수천도의 열을 거쳐 완성된 도자기와 차가운 얼음의 극적인 만남을 보여주는 화면은 온 몸의 태엽을 감겨주듯 쨍쨍한 에너지가 강렬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생명의 양 극단을 교차시키는 얼음의 이미지는 일정한 틀 속에 갇혀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죠."
'얼음 작가' 박성민(46)이 여덟번째 개인전은 부산에서 펼친다. 오는 28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점에서 회화 1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자연스러운 정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내 작업은 내부 속에 여러 겹의 상징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보고 그리는 재현을 뛰어넘어서고 있다. "얼음이나 과일도 실물이나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다"
활처럼 휘었던 긴장감이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이전 딱딱하고 각진 '얼음'은 아이스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얼음'으로 변했다. 무엇이든 냉동 보존할수 있는 얼음은 영원의 순간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한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051)742-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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