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점가에 깔린 주요 신간 소설만 살펴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드러난다. 최근 출간된 배명훈 작가의 ‘가마틀 스타일'은 124쪽, 정지향의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는 160쪽,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216쪽,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200쪽, 이외수의 ‘완전변태’는 240쪽이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250쪽 미만의 국내소설 신간 종수를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38%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출간되거나 출간될 예정인 250쪽 미만 국내 소설은 120종으로 추정된다. 2010년 87종보다 약 38% 늘었다.
경쟁력 있는 몇몇 작가의 신간을 빠른 시간 안에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입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단문에 익숙해 긴 호흡의 작품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들의 독서습관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등 주요 출판사의 고전문학 및 개정판이 한결 가벼워진 디자인으로 출간되고 있다. 최근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사이토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220쪽)’, 설민석 ‘전쟁의 신 이순신(232쪽)’, 서은국 ‘행복의 기원(208쪽)’ 등 인문 서적의 가벼운 분량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몇몇 출판사는 경장편 소설을 시리즈로 묶어 출간중이다. 민음사는 윤고은 ‘달고 차가운(204쪽)’, 조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숲(192쪽)’ 등 ‘오늘의 젊은 작가’ 경장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출판사 은행나무는 지난달부터 원고지 300~400매의 중편소설을 펴내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선보여 내년 8월까지 매달 한 권씩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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