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화의 정상화’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당정청의 불협화음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위원장 이충재)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개혁 시기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두고 당정청의 혼선이 커지면서 역대 정부마다 공무원 사회의 저항을 의식해 미봉책으로 일관한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문민정부는 398억원의 첫 적자를 기록한 지난 1993년 연금부담률을 7%(기존 5.5%)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했으나 적자를 보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민의 정부에선 연금부담률을 9%로 올렸고, 노무현 정부에선 정부입법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못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집권 3년차 당시 연금 지급액을 62%로 낮췄으나, 이는 당초 56%보다 후퇴한 안에 불과했다. 역대 정권이 총·대선 등 선거를 의식해 반쪽짜리 개혁에 그치면서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린 공무원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 추진의 최적기라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2015년 하반기 이후 여야 정치권이 20대 총선 공천 모드에 돌입하는 만큼 향후 1년여간 공무원연금 개혁에 실패할 경우 추진 동력이 급속히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당정청의 정책협의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도 못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연금 지급액 인하·퇴직수당 인상’ 등의 아이디어만 난무할 뿐 세부적인 각론에는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정청 협의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금 적자를 보전하려는 정부와 공무원 표를 의식한 새누리당의 이견 차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공무원연금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공무원노조가 향후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 당정청의 불협화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공무원노조는 전날(2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공적연금 사수 및 밀실논의 규탄 공무원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에서 당사자를 배제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향후 산발적으로 시위를 가진 뒤 오는 11월 1일 100만 공무원 총궐기 대회를 열고 강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