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육상 원반던지기에 나서는 배유동(시각장애)의 나이는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쉰 한 살이다.
2010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노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운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장애인이 되고, 태극마크까지 달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재즈가수 겸 대회 홍보대사인 이동우씨가 앓고 있는 병과 같은 증상이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커피숍을 운영했다. 하지만 카운터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거슬러주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실의에 젖어 있었다.
그러던 중 7년 전 우연히 시각장애인 후배의 권유로 육상을 접하게 됐다.
“사회에선 실수만 하던 제가 할 수 있는 종목이 꽤 있더군요.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원반던지기 등. 감각과 소리에만 의지해 힘껏 던진다는 것이 짜릿하더군요. 비장애인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잘 던졌구나, 못 던졌구나’를 알 수 있지만, 저는 손에서 기구가 빠져나갈 때 이미 느낍니다. 그 ‘손 맛’이 좋아 운동을 그만둘 수가 없네요.”
그가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훈련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을 때다. 투척종목이다 보니 던지면 주우러 가야 하는데,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것. 요즘엔 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어 이용하고 있지만 그 전엔 배우자와 함께 운동을 해야 했다.
“아내가 일을 안 하는 주말이나 밤, 새벽에 주로 운동을 했습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운동에만 매달릴 수도 없었지만, 다행히 울산시장애인체육회 직장경기운동부에 입단하면서 고민도 해결됐다.
운동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준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떳떳한 가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자녀들이 그러더군요.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내 자녀들도 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까 두려웠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울컥 하더군요.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더욱이 그는 점점 기록이 향상돼 올해 원반던지기 부문 아시아 랭킹 1위에 올라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올 10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단 각오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도장애를 입은 장애인에게 희망의 말을 전했다.
“운동에 전혀 상식이 없던 저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장애를 입었다고 낙심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스포츠는 재활을 넘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에도 많은 응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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