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의 전면 차단 사태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페이스북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사가 완료되지 않는 모든 게임이 차단된 상태다. 급작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없게된 고객들의 불만이 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위 요구에 페이스북은 ‘서비스 차단’
이번 사태가 촉발된 계기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이다. 게임법 제2조 제1호와 제21조에 따르면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과 관계된 기기 및 장치’는 모두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등급업무 민간 위탁에 따라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에 해당하는 PC온라인 및 비디오콘솔의 등급분류는 민간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게임위는 그 외에 아케이드나 모바일 게임물 및 청소년이용불가에 해당하는 PC온라인과 비디오콘솔의 등급분류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관련 조치가 서비스 전면 차단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도출됐다는 점이다. 또 급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차단 논란을 둘러싼 게임위와 글로벌 게임사, 그리고 페이스북의 입장 역시 확연히 엇갈리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 커져도 수습 방안은 ‘오리무중’
우선 게임위는 페이스북에 게임 서비스 차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관련 정책에 의거, 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게임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을 뿐 게임 서비스 차단을 강요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일부 주장처럼 게임위가 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한 서비스 차단을 요청한 적은 없다”며 “관련 조치를 취해달라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는데 마치 게임위가 게임 서비스 차단을 강제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페이스북의 특성을 고려해 강압적인 조치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으나 그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비스가 차단된 게임사들이 발빠르게 등급분류 심사를 요청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문제가 된 게임들의 상당수는 글로벌 게임사가 서비스 중으로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한국 지사 차원의 대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게임사 관계자는 “해당 게임 중 상당수가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돼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차단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밝힌 후 “본사에서도 국내 페이스북 게임 시장에 큰 의의를 두지 않고 있어 빠른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여전히 게임위 정책에 따라 등류분류 심사를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해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고포류(고스톱 및 포커) 게임의 일부가 사행성으로 인해 사법기관에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시정 요구에 대해 서비스 차단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며 사행성 논란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경직된 규제 정책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게임위와 글로벌 게임사, 그리고 페이스북 등 관계기관 및 기업들의 미흡한 일처리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페이스북에서 게임 서비스가 오랫동안 차단될 경우 우수한 글로벌 게임의 유입은 물론,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개발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가 결국 최악의 사태로 이어져 게임인들의 허탈감이 크다. 이번 일은 국내 게임 산업이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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