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금융권의 '개과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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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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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올 상반기 흥미로운 드라마가 한 편 방송됐었다. 바로 MBC에서 방영된 '개과천선'이란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김명민은 거대 로펌에서 일하는 금융전문 변호사 김석주 역을 연기했다. 김석주는 사건과 의뢰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승소에만 집착하는 냉혈 인간이다.

그러던 어느날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정의를 위해 변호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기억상실증을 끌어 들인 설정 자체가 식상하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었다. 

김석주가 이른바 '개과천선' 한 후 변호를 맡은 사건들이 실제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바로 그 사건들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동양그룹 사태'와 '키코 사태'이다. 드라마는 대기업, 거대 금융사 그리고 무소불위의 로펌이 힘을 합쳐 억울하게 금전적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인과 서민들을 철저하게 짓밟는 과정을 보여줬다.

개과천선 한 김석주가 중소기업과 투자자들의 변호를 맡아 외롭게 법정 싸움을 벌이지만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이 드라마는 김석주란 한 사람이 개과천선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회와 금융권에 개과천선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정권에서든 그랬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정부와 금융권이 가장 크게 외쳤던 말이 '금융소비자 보호'이다.

그러나 정작 달라진 것은 없고, 되레 금융권에서 사건·사고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 카드사의 1억여건 고객정보 유출, 은행 해외지점의 부당대출 등 금융사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금융그룹에서는 경영진 간 내분 사태까지 발생해 혼란이 가중됐다. 최근 2년 사이 금융권이 쑥대밭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질 정도다.

금융권에 개과천선을 아무리 요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금융사가 오직 수익 추구만을 위해 금융소비자들을 등한시 했던 것은 아닌지 가슴 속 깊이 반성해야 한다.

동양그룹 사태도 아직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 또 제2의 동양그룹 사태와 키코 사태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단지, 정부의 압박에 의해 마지못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고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개과천선 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금융사 뿐만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신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도 보신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진정 금융소비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정치적인 논리에만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금융사를 관리·감독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이른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의 '내 식구 감싸기' 관행으로, 금융사의 큰 잘못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던 것이 금융권 신뢰 추락의 근본 원인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단,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드라마 속의 김석주처럼 기억을 잃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개과천선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과거의 잘못을 분명히 기억하고, 절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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