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정국 주도권 향배를 가를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추석 민심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극한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 범야권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정국 기상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넉 달간 지속된 직후 시작, △세월호 책임론 및 진상규명과 후속조치 △박 대통령의 소통 △집권여당의 리더십 △범야권의 강경 투쟁 등 추석 밥상머리에 오를 정치 이슈들이 즐비한 상태다.
추석 민심이 세월호 심판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박 대통령은 추석 이후 경제 활성화 등 민생법안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추석 민심이 ‘정치 실종’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다면, 박 대통령은 ‘불통·불신·불안’ 등 3불 정권이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심으로부터 ‘엘로우 카드’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세월호에 갇힌 새정치연합은 추석 민심이 ‘정부 책임론’에 쏠린다면 원내 입법 투쟁을 계기로 출구전략 마련의 물꼬가 트이겠지만, 반대의 경우 지지율 급락을 면치 못하면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朴 대통령 지지율, 추석 민심 바로미터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40∼50%대에 갇힌 터라 지지율 60% 돌파 여부에 따라 추석 민심의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현재 대치 정국 상황이 1년 전과 판박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추석 민심의 두 평가목록인 ‘국정운영 리더십’과 ‘정책 추진’에서 소통과 경제 활성화 등 이른바 ‘쌍끌이 견인’을 하는 데 실패한 채 추석을 맞게 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추석 직전 새누리당 당시 황우여 대표·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국회 3자 회담에서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 개입 여부를 놓고 격론을 펼쳤지만, 대치 정국을 풀 ‘묘수’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 조사 결과, 취임 6개월을 맞은 8월 마지막 주 61.4%를 기록한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방문으로 67.7%까지 치솟았으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논란으로 60.8%로 급락했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6·4 지방선거의 ‘절묘한 균형’과 7·30 재·보선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불통 논란이 극에 달한 데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이 ‘중앙’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소통·지역경제 ‘쌍끌이 견인’ 주목…궁지 몰린 박영선號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다. 중산층 70%를 목표로 출범한 정부가 집권 2년차 때 여야 정쟁에 묶이는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줄 경우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허니문 기간’이었지만, 올해는 다르다”라며 “민생을 살리지 못할 경우 민심 이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이 45% 전후로,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박 대통령이 추석 민심을 기점으로 불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배 본부장은 “부동산 규제완화 카드를 내건 최 부총리의 정책은 수도권 경제 활성화 정책에 그칠 수 있다”며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부동산 보다는 소득의 가처분 소득 증대를 원한다. 정부가 여기에 부흥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추석 민심을 앞둔 새정치연합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장외 투쟁과 원내 복귀’의 갈림길에 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비우고 장고에 돌입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주 박근혜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 등을 고리로 ‘민영화 대 공공성’ 프레임을 짤 계획이다. 하지만 애초 지난 20일 출범하려던 ‘혁신 비대위’ 출범도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여서 대여투쟁 동력이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김영근 수석대변인은 “1일은 정기국회가 개회되는 날이기도 하고, 여드레 후면 추석”이라며 “이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결단해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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