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 vs 가계부채 폭발…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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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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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정부가 꺼내 든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카드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로 인해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1조5000여억원으로 7월 말과 비교해 3조8000여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매달 1조~2조원가량 증가했던 것에 비해 두 배가량이나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LTV·DTI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이에 화답하듯 금융당국도 같은달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힘을 보탰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풀고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가계 빚 증가세는 크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증가세가 가팔랐다.

문제는 정부의 설명대로 이자가 비싼 은행권의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의 대출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로 이동해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개인 신용대출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7개 주요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은 81조1000억원으로 7월 말(79조9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말 79조6000억원에서 7월까지 7개월간 3000억원이 늘어난 것에 비해 8월 한 달간 증가한 액수는 4배에 달한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추진한 목적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위한 것이었으나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주택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8월에 대출이 급증한 것은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어주고 금리를 낮춰주니까 생활비, 교육비, 사업자금 등으로 자금난을 겪던 가계들이 추가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택구입 목적보다는 규제 완화에 따라 기존 대출자들이 한도 확대분만큼 추가 대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창업자금 이를 이용한다면 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로 6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040조원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4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 은행산업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테쉬 마헤시와리 S&P 전무는 "한국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며 "LTV, 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LTV·DTI 완화와 금리인하가 주로 어떤 대출을 유발했는지 가계부채의 질 변화를 정부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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