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우리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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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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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홍 외교부 본부대사

독일은 올해로 통일 24주년을 맞이한다. 25년 전 늦가을에 갑자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고, 그로부터 11 개월도 못되어 독일은 통일이 되었다.

통일 3년 전인 1987년 9월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은 서독을 4박 5일간 방문해 콜 총리와 정상회담 등 많은 활동을 했다.

호네커는 이를 통해 동독이 사회주의국가로 성공했음을 서독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 당시 대부분의 서독인들은 독일의 분단이 이렇게 굳어 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고 3년 뒤에 통일이 되었다.

이와 같이 독일이 20세기에 통일이 되리라고 독일인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선홍 외교부 본부대사[사진=외교부 제공]


그러면 독일인들은 왜 통일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필자가 만난 독일의 한 인사는 그 이유로 소련이 가장 중요한 위성국인 동독이 떨어져 나가도록 내버려 둘 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영·불·소 4개국이 갖고 있던 ‘ 베를린과 전 독일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해제되어야 했는데 이 해제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도 있다.

독일 통일은 크게 ‘내부적인 문제’의 해결과 ‘대외적인 문제’의 해결이란 ‘투 트랙’으로 이루어졌다.

‘내부적인 문제’로는 통일 방식, 화폐 및 경제 통합 문제와 통일된 독일의 수도 결정 등이 있는데 이런 문제는 동·서독이 결정하면 되었다.

‘대외적인 문제’로는 베를린과 전 독일에 대한 4개국의 권한과 책임의 해제를 비롯하여 통일된 독일의 국경선 문제와 NATO 잔류 문제 등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관련국들의 동의내지 승인이 필요했다.

독일은 통일 시기가 대외적인 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에 전력을 기울였다.

동·서독과 4개국 외무장관이 참여한 2+4 회담이 4차례 열렸다.

이외에도 콜 총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네 차례, 고르바초프와 두 차례 회담했고, 겐셔 외무장관은 베이커 미 국무장관 및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과 각각 12차례 이상 회담했다.

소련은 2+4 회담 일정을 지연시켜 통일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였으나 결국 독일의 치밀한 외교에 손을 들었고, 2+4 조약은 예정대로 1990년 9월에 체결되었다.

내부적인 문제와 대외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 독일은 통일이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우리가 통일 시기를 예측해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첫째, 평화 통일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함께 장래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관리하여 통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또한 독일처럼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다가올 가능성이 있는 통일도 대비해야 한다.

둘째, 북한에 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분단 시 서독은 동독을 잘 알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통일 과정에서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통일과정에서 적절한 경제대책 수립이 어려웠고, 통일 비용도 예상보다 더 들었다.

콜 총리도 자서전에서 “우리가 동독을 조금만 알았고, 동독 연구가 현명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폐쇄 사회인 북한을 정확히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독일 통일은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준비해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셋째, 우리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받는 일이다.

우리가 남․북한의 합의로만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 최선의 통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루고, 또 안정된 가운데 평화 통일을 이루기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겐셔 전 장관은 통일을 위해 가능한 많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통일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러한 준비를 꾸준히 한다면 우리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의한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의 봇물이 터지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회는 기다리는 자가 아닌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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