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비서는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벨기에에서는 유럽연합(EU) 측과의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방문국 정당과의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정부는 강 비서의 순방중 북·미, 북·일 접촉을 벌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가들에게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북한을 간접 설득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비서가 유럽에서 미국이나 일본측 인사들과 비밀 접촉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비서가 과거 유럽 지역에서 북·미 비공개 접촉을 주도했고, 북한의 핵 동결과 핵사찰·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받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1994년에 만든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슷한 시기 북한의 대표적인 북미·북핵 외교라인인 리 외무상의 방미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강석주의 유럽 방문을 포함해 북한 외교가 공세적인 모습을 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북한의 고립탈피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별 소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강석주가 방문하는 EU국가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핵, 인권,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비판적 관여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들 국가를 통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가 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방미 길에 동행하는 북한의 대미(對美)라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 대미 핵협상을 설계하고 담당했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김 제1부상의 후임으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된 리용호 외무성 부상, 유엔 차석대사 출신인 한성렬 외무성 미국 국장 모두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이번 리 외무상의 방미 길에 동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현재 유엔 외교를 맡고 있는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와 북·미 막후 소통 창구인 이른바 '뉴욕채널'을 담당하는 리동일 차석대사가 리수용 외무상의 방미 길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패트릭 벤트렐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공동대변인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북 기조가 불변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는 열려 있고 뉴욕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해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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