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치닫는 KB사태…이제 끝내야 할 때다] 도마에 오른 이건호 국민은행장 리더십, 공은 이사회로…임영록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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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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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은행 리더로 부적격" vs "철학·소신 따른 경영"

이건호 국민은행장[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불거진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리더십 논란이 최근 템플스테이 행사 및 검찰고발 등을 거치며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계속되는 독단적 행보로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심화되면서 국내 대표은행의 수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임영록 KB회장과 이건호 행장간 갈등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무너뜨리고 있는 현 상황을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KB금융 및 국민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건호 행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주전산기 교체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 정보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조작이 있었고,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됐으면 규명에 나서야 한다"며 "조직의 기강을 위해 금융당국 제재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전산기 관련 KB금융 및 국민은행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최근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이 행장은 이 과정에서 KB금융측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단적 판단으로 KB금융 소속 임원들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초 이 행장이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처음 제기할 당시에도 KB금융측의 의견을 배제한 채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요청한 것은 은행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말이 많았다.

무엇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행장의 소신을 십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내부 갈등을 감독당국에 알림으로써 여론의 집중포화와 함께 직원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키는 사태를 초래한 것은 대형은행의 리더가 취할 행동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정무적 판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의 경우 정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심상 조용히 넘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무적 판단으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전산시스템이 셧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뒷감당을 누가, 어떻게 하겠나"라며 "은행 주전산기에 문제가 생겨 시스템이 마비되면 은행이 위태로워지고 국가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지는데 과연 정무적 판단으로 조용히 넘어갔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가지고 있는 도덕률에 비춰보면 도저히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실상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에서 양심에 비춰 부끄러운 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의 행보 뿐만 아니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 발표 직후 내부 화합을 위해 진행된 템플스테이 행사에서 벌어진 갈등 역시 이 행장의 지나친 독단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신앙심이 깊진 않지만 유아세례를 받은 기독교인"이라며 "템플스테이를 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종교적인 부분에서 꺼릴 이유가 있었음에도 화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가 소통과 화합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었고, 이를 KB금융 임원들에게 지적한 것도 맞다"며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해서 갔다가 그날 밤에 나온 것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 행장의 해명과 달리 금융권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은게 사실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KB금융 내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은행 수장이라 해도 지주 회장이 있고 은행장은 계열사 대표에 불과하다"며 "주전산기를 비롯해 템플스테이 행사 등에서 드러난 이 행장의 행보는 지주사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이 행장의 정도를 고집하는 소신만은 평가해줄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행장의 주장이나 해명에 합당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과거부터 소신이 뚜렷해 의견을 굽히지 않고 종종 윗사람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태 발발 이후 줄곧 말을 아끼고 있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KB금융그룹의 수장으로서 계열사 대표과 마찰을 빚고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는 동안 방관만 했을 뿐 내부 화합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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