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권경렬 기자 = "개포동 주공 5단지를 비롯해 인근 아파트 대부분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1000만원 이상 올랐다. 매도자들도 안 팔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심리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관계자)
지난 1일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는 등 부동산 활성화 추가 대책을 내놓자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2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권을 비롯해 수혜단지로 떠오른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 수혜를 보는 1987~1991년에 준공한 아파트 24만8000가구의 중 강남 3구 아파트는 3만7000가구로 14.8%에 불과하지만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으로 실제 재건축이 가능한 곳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강남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강남 재건축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하루 새 호가가 2000만원 이상 올랐다.
인근 S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오를 땐 1억원씩도 오르는 곳이라 액수 자체가 큰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시장이 좋아질 기미가 보인다"며 "신도시 개발 중단 소식도 입지와 학군이 좋은 서울 내 재건축 단지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초구도 분위기가 상승하고 있다. 방배동 C공인 대표는 "원래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활성화되는데, 전날 대책 발표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분위기도 좋다"며 "연한 축소와 상관없이 이미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동 H공인 대표는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최근 전용 82㎡가 6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고, 우성아파트 전용 108㎡도 9억원까지 오른 상태"라며 "문의는 정말 많은데 매물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추격 매수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준공한 단지가 많은 양천구 목동·신정동과 노원구 상계동 일대도 매수문의가 크게 늘고 매물이 회수되는 등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2만6629가구는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아파트로 용적률이 단지별로 110~160%대로 낮은 편이다. 양천구 등이 재건축 기본계획도 수립해 앞으로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목동 S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난리가 날 정도로 많이 문의가 온다"며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높아져 일부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의 기존 매물은 6억2000만~6억3000만원이었는데 2000만~3000만원 가량 오른 6억5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왔다. 9단지도 전용 71㎡가 2000만원 가량 오른 6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다만 아직 오른 호가에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 역시 총 30여개 단지, 4만1000여가구가 재건축 연한 단축의 수혜를 입게 됐다.
상계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의 문의전화가 수십 통 오고 집주인들은 간을 보면서 호가를 500만~1000만원 가량 올렸다"며 "다만 오른 가격에는 거래가 안 돼 매도·매수인 모두 추석 이후 분위기를 지켜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상계동 일대의 경우 15층 이상 고층 단지가 많고 용적률도 150~200% 정도로 비교적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주공8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격대가 많이 올라 수익성이 좋진 않다"며 "문의가 많이 오긴 하지만 30년 연한을 다 채웠다고 해서 재건축을 전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적률 상향 등에 한계가 있지만 대책의 포커스가 재건축에 맞춰진 만큼 단기적으로 강남권 등의 수혜 지역·단지 호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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