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국내 장외 주식시장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하반기 역대 최대 규모로 예정돼 있는 기업공개(IPO) 덕이다. 큰손만 투자하던 장외시장을 이제는 개미로 불리는 일반 투자자도 찾는다. 여기에 회삿돈으로 투자에 나서는 제도권 증권사까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4일 비상장주식 거래 전문사이트인 피스탁에 따르면 이 업체에서 하루 단위로 집계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 삼성메디슨을 비롯한 16개 종목 주가는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평균 41.19% 올랐다.
이 가운데 1위를 기록한 곳은 LG CNS로 같은 기간 142.25%상승했다. 현대로지스틱스(102.27%) 역시 10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현대엠엔소프트(76.82%)와 현대엔지니어링(71.32%), 시큐아이(65.22%), 현대카드(56.36%)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이에 비해 코스피 수익률은 같은 기간 2.84%에 머물렀다. 일반 증시 상승 탄력이 떨어지면서 장외시장으로 투자자고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장외시장 강세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IPO다. 현금화하기 어려웠던 비상장주식도 상장만 하면 곧장 차익실현이 가능해진다.
국내 증시에서 신규 상장은 8월에만 8건에 달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올해에만 100개 내외 기업이 새로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2013년 새내기주는 40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IPO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통상 장외시장 주식은 정보제공 사이트를 통해 1대 1로 이뤄진다. SK증권이나 동양증권 같은 일부 증권사가 장외 정보업체와 연계해 주식 거래자를 연결해 주는 식이다.
증권사에게도 장외시장은 매력적이다. 장외시장 주식을 중개하면 1%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상장 주식보다 훨씬 많이 남는다.
장외 주식을 중개하고 있는 A증권 관계자는 "장외시장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을 느낀다"며 "올해 들어 최근까지 거래량도 1년 만에 약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만 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증권사는 장외시장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자기자본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최근 장외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로커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 장외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B 과장은 연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상장할 예정인 케이사인에 투자해 원금 대비 3배에 맞먹는 18억원을 벌어들였다.
역시 장외시장 대박주로 꼽히는 카카오에 투자한 메리츠종금증권(13억원)이나 키움증권(8억원), 동양증권(1억원)도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있다.
장외시장 인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불황으로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증권사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장외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외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예탁결제원에 입고된 통일주권으로 제한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실제 매매할 수 있는 종목이 많지 않은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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