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지난 상반기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10만4000여대(한국자동차산업협회)로, 상용차를 제외하고 전체 국내 자동차 판매량에서 12.4%를 차지했다. 도로에서 보는 10대 중 1대 이상이 수입차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차를 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이지 않은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불만 사안은 프로모션 등을 통한 일시적인 가격 할인이다. 구입을 고려하고 있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차를 살 수 있어 좋지만 이미 같은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폭 만큼 비싼 돈을 주고 자동차를 구매한 셈이 된다는 점에서 억울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 1일 주력 대형 세단인 300C의 디젤모델은 1150만원 할인한다고 밝혔다. 400대 한정판매로 제한했으나 기존에 6000만원이 넘었던 모델이 4000만원대인 4990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앞서 300C 가솔린 모델과 4륜구동인 300C AWD도 각각 1120만원, 1060만원을 할인한 바 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 6월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의 소형차 500(친퀘첸토) 모델을 한정판매 조건을 걸고 기존 2990만원에서 1830만원으로 할인해 기존 고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한국닛산의 인피니티는 대형 SUV 모델인 QX60(가솔린 6980만원, 하이브리드 7750만원)에 대해 9월 한 달간 1000만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인 BMW 등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판매량이 많지 않은 고성능 모델의 경우 할인폭은 더 커진다. BMW코리아는 지난달 고성능 모델인 M550d, M5, M6에 대해 2000만원의 할인을 적용했고, 같은달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재규어의 스포츠카인 F-TYPE 5.0 슈퍼차저(2014년)에 2500만원, 지엠코리아는 캐딜락 ATS 모델에 대해 1200만원, 포드코리아는 포드 토러스 600만원, 링컨 MKS 600만원 등의 할인을 실시했다.
아울러 구입 시 수백만원 상당의 주유권을 제공하거나, 출시와 함께 아예 한정 수량에 대해 할인을 적용하는 편법도 이뤄진다.
한국닛산의 무라노는 800만원, 한국도요타의 렉서스 ES350은 200만원, 한불모터스의 푸조 508은 419만원 상당의 주유권을 구입시 고객에게 증정했고,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프 올 뉴 체로키를 출시하면서 초기 물량 500대에 한정해 360~660만원의 할인폭을 적용했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이같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할인정책을 펴는 것은 판매율 때문이다. 차량의 판매율이 저조해 쌓인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 정책이 가장 효과가 크다.
실제로 300대 한정으로 판매됐던 피아트500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의 할인폭이 적용되자 마자 사흘만에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이에 힘입어 피아트의 6월 한달 간 304대를 팔아 전년 동월 26대 대비 10배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각 업체들 역시 현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각 업체들의 이 같은 출혈 판매 정책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판매율 하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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