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장기영·노경조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9·1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주택 가격이 2% 안팎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재건축 연한이 최장 10년 단축되는 호재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개선책에 대해서는 다수 전문가들이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정부가 추가 신도시 지정을 중단하는 등 공급 축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급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공제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지가 10일 부동산 전문가 7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설문 대상 7인의 전문가는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현묵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
◆ "서울·수도권 2% 안팎 상승"
하반기 주택 시세와 관련, 서울·수도권의 경우 설문 대상 전문가 7명 중 4명이 0~2%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3명은 2%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 대상 전문가 모두 하반기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지방의 경우 3명이 보합을, 4명이 2% 이내 상승이라고 답해 수도권에 비해 상승폭은 작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답변의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꼽았다. 정부는 지난 1일 재건축 연한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에 앞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빚장으로 통했던 금융규제 완화에 잇따른 것이다.
김찬호 연구위원은 “대책은 다양한 부분에서 과감한 개혁 내용을 담았고 새로운 주택시장 패러다임에 맞추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겼다”고 풀이했다. 이상영 교수도 “금융규제 완화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속히 정책화할 수 있는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했다”며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내수 활성화를 조기에 실현시키기 위해 규제완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며 “주택거래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거시경제 어려움이 지속돼 회복 속도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 수혜지역으로는 서울 강남권 및 재건축 연한이 줄어드는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중계동, 양천구 목동 등이 지목됐다. 함영진 센터장은 “수요자 선호가 높고 일반분양 성공 등 사업성이 있는 곳이 직접 수혜가 예상된다”며 대표 단지로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14단지 등”을 꼽았다.
◆"무주택자 청약기회 축소, 공급 과잉 우려 상존"
일부 재건축에 혜택이 집중됨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투기까지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임현묵 부동산팀장은 “몇몇 강남지역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돼 강남 퍼주기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 투기 우려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용적률이 높은데다 중대형으로 구성된 곳이 많고 거주자 연령대도 높아 안전진단 통과가 쉬워져도 수익성이 높아지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약통장 통합 및 가점제 개선 등 청약제도 개편은 분양시장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 축소 등의 문제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영진 센터장은 “청약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수요를 확대시키는 대책이라고 보나 재고보다는 분양시장의 수요 쏠림이 청약시장 단기 과열양상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은 “서울·수도권 청약률이 낮아 당장 부작용은 없겠지만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무주택자들의 상대적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양시장 활성화에 따라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하반기 주택 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임현묵 팀장은 “공공 공급물량을 우선 조절하고 주택 인허가 심사 또는 분양 보증심사 강화를 통한 민간 공급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며 “민간은 철저한 사업성 검토로 분양 지역 및 물량 조절을 통해 사업 실패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 안정화 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입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수도권의 상승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폭은 매매값과 마찬가지로 2% 안팎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김선덕 소장은 “초저금리로 전세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보다 서울·수도권 전세 가격 상승폭이 더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 전셋값 상승폭이 지난해보다는 낮은 편이고 매매전환 수요 등도 발생해 예년과 같은 ‘전세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김찬호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로 전세 수익률이 낮아져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매매시장 회복이 예상돼 전세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겠다”고 답했다.
전월세 안정에 대한 정책 부재는 우려가 컸다. 이번 대책에서도 매매수요 창출이 대부분이고 전월세 시장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영 교수는 “전세의 매매전환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수 있고 월세가 전세보다 고비용이 되는 상황 해소가 필수”라며 “월세 세액공제 제도를 입법화하고 보증금 부담을 크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단기 대응보다는 중장기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인센티브와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추가 또는 개선해야 할 부동산 정책도 임대차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임현묵 팀장은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를 시장의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폐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고, 김선덕 소장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매입임대 및 준공공임대 사업자 지원은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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