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명 배우에게 권태를 느낄 때쯤 나타난 새 얼굴, 여기 그 대표 배우가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극본 이정우·연출 김정민)에서 박윤강(이준기)를 돕는 절친 한정훈 역을 맡으며 안방극장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배우 이동휘(30)가 그 주인공이다. 집무 시간에 몰래 술 마시기, 기방 드나들며 간 보기가 특기인 불량 포교인데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을 이끌었다.
'잘' 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그가 '잘' 생겨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우리는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조선 총잡이'에서 완벽히 한정훈에 빠져든 이동휘에게 환호했다.
방송 초반 박윤강(이준기)과 정수인(남상미)의 관계 설명해 치중했던 터라 이동휘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5회부터였다. 드라마가 처음이었던 터라 워밍업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1회부터 4회까지 방송에서 그는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다.
그래도 믿음은 있었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와 '감시자들', '밤의 여왕', '집으로 가는 길'을 거쳐 오면서 다듬어졌을 그의 연기 내공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다. 그리고 5회, 이동휘는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
"4회까지 애를 많이 먹었어요. 드라마가 처음이기도 했고, 감독님과 의견 조율도 필요했어요. 저는 연기 후 즉시 모니터를 해야 하는 배우인데 드라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잖아요. 4회가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더라고요. 5회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하지 말고 연기하자'는 마인드로 했죠. 강박을 떨쳐내는 데 4회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죠."
이동휘는 '조선 총잡이'를 통해 지상파 방송의 위엄을 몸소 체험했다고 했다. 연기한다고 했을 때 콧방귀 꼈던 일가친척들의 무한한 응원을 받고 있다고 하니, 지상파 드라마의 위엄을 몸소 체험한 게 분명했다.
"영화를 9편을 찍어도 시큰둥하던 친척들이 저에게 기대하기 시작했어요. 혈연으로 맺어진 모든 친척 말이에요. 이번 추석에는 플랜카드가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하하. 지상파 방송 한 편 했을 뿐인데 격이 높아진 걸 느끼죠.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드라마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동휘는 27살에 데뷔했다. 연기 학도치고는 꽤나 늦은 편이다. 그런데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데뷔해 승승장구할 때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기회'를 만들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풋내기 시절에는 배우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다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이 겸손해진 것 같아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알았고요. 어설프게 했다가는 실패할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자고 생각했죠."
발품을 팔아 프로필을 돌리고,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오디션을 본 지 몇 년이다. 그는 배우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수 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책도 잃고 노래도 들으며 자신의 내면을 다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시청자와 관객의 뒷통수를 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속사도 찾지 않았어요. 냉정하게 내 스스로가 자신이 있을 때 만나고 싶었죠. 준비도 안 됐는데 '나 좀 키워달라'고 하는 건 너무 양심에 없는 거잖아요.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를 믿었어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인데 내 가치를 높여 나가면 언젠가는 나를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이동휘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의 우연한 계기로 지금의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를 만났다. 그리고 그것을 '꿈'이라고 표현했다. 꿈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이동휘.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열정이 묻어나는 그의 눈빛을 확인했다.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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