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새침데기 서울 아가씨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오연서(27)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에서 정반대의 매력을 드러냈다. 촌스럽지만 사랑스럽고, 털털하지만 귀여운 장보리(오연서)는 입만 열만 "아따~" "워메~" "~했당께" 등 전라도 사투리를 쏟아낸다. 그리고 오연서의 '색다른 변신'은 시청률로 나타났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장보리의 통쾌한 반격, 이재화(김지훈)와의 러브라인 등 재미요소가 쏟아지자 초반 지지부진했던 시청률은 매주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 지난달 31일 방송분은 33.0%(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전국시청률 30%를 돌파한 드라마는 지난 2월16일 47.3%를 기록하며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이후 처음이다. 국내뿐 아니라 대륙까지 삼킨 SBS '별에서 온 그대'도 30% 고지를 넘지는 못했다. 지난 2월 27일 마지막 방송분이 28.1%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동의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연서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잘될 것 같은 느낌은 있었다. 다들 이래저래 지칠 일이 많기에 유쾌한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미련할 만큼 연민정(이유리)에게 당하는 보리. 하지만 구수한 사투리에 능청스러운 모습은 시청자들이 보리를 응원하는 힘이 됐다. "밖에서 촬영만 하면 다들 힘내라고 응원해주세요. 손까지 잡아주시며 '보리보리 화이팅!'을 외치고 가시죠. (웃음) 덕분에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한참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또박또박 '서울말'을 하는 오연서의 모습이 묘하게 이상했다. 5개월 동안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아니었기 때문일 터. 어느새 오연서도 어색함을 느꼈는지 "서울말이 어색해졌다. 다음 작품을 할 때 서울말이 서툴면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웃어 보였다. "작가님이 처음에는 사투리를 몇 회 안 쓸 거라고 했는데 종영이 다가오는데도 계속 쓰고 있다. 속은 기분"이라는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오연서가 전라도 사투리를 익히기는 쉽지 않았다. 오연서는 전라도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데다 심지어 경남 창녕 출신. '왔다! 장보리'에 출연하면서부터 사투리 선생님을 모시고 외국어 배우듯 전라고 사투리를 익히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매일 붙어서 연습했어요. 전라도 사람이 보면 어색한 사투리일 거에요. 몇십 년을 산 게 아니라 고작 1~2개월 열심히 했다고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하루 3~4시간 연습했어요. 대본을 체크하고 녹음해서 듣기도 했죠. 도씨 엄마(황영희)가 전라도 분이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호흡을 맞추고 현장에서 주고 받는 게 큰 효과를 봤죠. 처음에는 어색해서 못 들어줄 정도였는데 하다 보니 늘더라고요.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맞다고 생각하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7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왔다! 장보리'의 마침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결말에 대한 질문에 오연서는 "권선징악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살짝 귀띔했다. 연민정의 악행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만큼 몰락이 후반부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다.
"모두가 원하는 것처럼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게 되지만 보리는 연민정을 용서하지 않을까요? 다른 분들은 복수를 해도 보리는 마음 약해질 것 같아요. 굵직한 문제가 풀리고 나면 드라마가 끝나지 않을까요? 아, 비단이는 제가 키웠으면 좋겠어요!"
오연서는 가수 러브(LUV)로 지난 2002년 연예계에 데뷔,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통해 긴 무명생활을 청산했다. MBC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 탑팀'을 통해 통통 튀는 연기를 선보인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로 몸에 딱 맞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오연서가 보여줄 모습은 더 많아 보인다. 곧 다가올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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