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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픔 딛고 미래 지향적 ‘한-베트남’ 협력 관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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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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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전 파병 50년, ‘피와 바꾼 한국 경제성장’(하)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50억 달러 외화 수입 효과

이렇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한 덕에 우리나라의 외환수입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1967년에 베트남 근로자들이 본국에 송금한 돈이 1억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지에서 15%만 쓰고 나머지는 송금했던 국군장병들의 급여가 포함된 액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1964년에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겨우 1억달러를 넘어섰음을 감안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외환사정이 어렵던 당시 고스란히 떨어지는 가득률 높은 이 돈은 이후 국가 산업 활동의 소중한 밑천이 됐고 1970년대 수출입국의 기반이 됐다.

베트남에서 철수한 1973년 3월까지 8년여 동안 우리나라는 총 6차례에 걸쳐 32만명의 군인을 파병했으며, 이 가운데 5099명이 전사했고 1만1232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고엽제 후유증 상이등급자는 4만5000여명이나 되며, 여기에 후유의증과 2세 환자, 상이등급 기준에 들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4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군사편찬연구소와 우리 정부가 2005년 공개한 외교문서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베트남전 파병의 경제적 효과는 군사원조 증가분(10억달러)과 미군의 한국군 파병 경비(10억달러), 베트남전 특수(10억달러)를 비롯해 총 5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수입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된다. 이와 함께 외국의 차관 및 투자 증가,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따른 국내 경기 활성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경험 획득 등의 간접적인 효과까지 생각하면 그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가 1965년 한일 기본 조약 체결 후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은 무상 원조 3억 달러, 재정 차권 2억 달러, 민간 산업 차관 3억 달러 등 모두 8억 달러에 불과했고, 1963년 우리나라 수출 총액이 1억 달러에 못 미치는 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제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의 기반을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가해야 했던 한국은 공산국가의 경제 개방의 물결에 따라 베트남과 1992년에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어 양국 관계는 2001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2009년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각각 격상됐다.

우리 정상의 방문이나 베트남 국가주석·당서기장 방한 등 양국간 최고위급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베트남을 방문해 집단지도체제인 베트남의 국가 서열 1∼4위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했다.

우리기업의 진출이 급속히 확대 되면서 경제협력의 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은 우리의 9번째 교역국이자 제4위의 투자대상국으로 올라섰다. 베트남에 대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0억8000만달러, 71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올해 안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목표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회·문화 교류 측면에서도 베트남에는 30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K팝 팬클럽이 30여개나 있으며, 베트남 내 해외 방송 프로그램의 70% 이상이 한국 드라마(2012년 기준)라는 분석도 나왔다.

2013년 4월 현재 하노이 인문사회대 등 베트남 주요 대학에서 2600여명이 한국어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인적 교류로 보면 2012년 70만명의 우리 국민이 베트남을 찾았으며 3만명의 베트남인이 방한했다.

2013년 5월 현재 베트남에는 10만명의 우리 국민이, 한국에는 12만명의 베트남인이 각각 체류하고 있으며, 베트남인 12만명 중 5만명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이주한 사례로 이런 이유로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를 ‘사돈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다.

많은 부문에 있어 미래를 위한 협력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들로서는 50년전 아픔의 기억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기업들도 민간 외교 차원에서 베트남 현지 진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한국과 같은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베트남에 먼저 다가가서 보다 진정성 있는 양국 관계가 정착되기 위해 노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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