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최근 독립 찬성여론이 높아지면서 스코틀랜드가 307년만에 영국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을 실현하는 꿈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영국 정가와 금융가는 뒤늦게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9일(이하 현지시간) 리버풀의 영국 노조총연맹(TUC) 총회에 참석해 스코틀랜드에 대해 "영국에서 이탈시 파운드화를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카니 총재는 "영국과 독립한 스코틀랜드가 같은 파운드화를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영국 의회의 3대 정당이 모두 영국과 독립 스코틀랜드 간의 파운드 공유를 반대하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통화동맹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상품과 서비스 이동이 보장되고, 은행 동맹이 동일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재정 또한 공유돼야 한다는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즉,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이러한 전제조건이 깨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권과 통화동맹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영국 정가 또한 뒤늦게 저지에 나섰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며칠 내로 더 많은 자치권, 조세권, 예산 집행 권한, 복지 지출 등을 스코틀랜드에 넘기는 방안을 발표하겠다"며 '당근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강행할 경우 파운드 사용은 불가함을 거듭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성사시킨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에도 영국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독립 후 새 통화를 발행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뢰문제 등이 발생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파운드화 사용불가의 견제구를 날린 것은 스코틀랜드 독립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를 강조해 분리·독립 여론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오는 18일 영국으로부터의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실시를 앞두고 스코틀랜드 내에서 독립 찬성여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스코틀랜드 주민 1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처음으로 독립찬성여론(51%)이 반대여론(49%)를 앞지르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한달간 독립 지지 여론은 무려 12%나 상승하는 등 막판 전세 역전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전 세계가 놀랄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며 스코틀랜드의 독립 현실화를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전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스코틀랜드 쇼크'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주에만 2% 이상 하락했다. 영국 국채 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 또한 9일 기준 5.6bp 상승해 87.7bp를 기록했다. 그만큼 채권시장이 부도 위험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유럽 증시는 스코틀랜드 독립 우려가 확산되면서 며칠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영국 주요 은행인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주가는 주민투표 찬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8일 3.5% 떨어져 지난 2월 이후 장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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