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가 11일 담뱃값 인상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하반기 정국의 ‘화약고’인 퇴직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도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정이 추석 직후인 이날 오전 담뱃값 인상 시기와 범위 등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면서 ‘박근혜식 증세’에 물꼬가 트인 데다 정부 내부에 하반기 핫 이슈인 퇴직 공무원연금에 칼을 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정부가 공적연금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개혁 추진의 적기인 집권 2년차 하반기 때 △담뱃값 인상 △퇴직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은 물론 이날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100여개의 민생법안 등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을 놓고 ‘서민 증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도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 의사를 천명,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주체·시기 놓고 눈치 보기…화약고 키우는 당정청
최대 관심사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의 범위와 주체, 시기다. 당정청은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반년 넘게 눈치 보기만을 일삼고 있다.
당정청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유지하되, 민간 퇴직금의 2분의1에 그치는 퇴직수당을 올려 삭감액을 보전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적 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을 차일피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각론을 마련하고도 공적연금 개혁의 주체와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당정청이 공무원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개혁을 미루는 사이 공적연금 개혁이 정치 쟁점화됐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의 최대 현안인 공적연금에 대한 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해왔다. 과거 인구구조 변화를 경험한 국가들이 선(先) 연금개혁에 나선 전례를 비춰볼 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도 공적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박근혜식 공적연금 개혁안’의 신호탄인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과정에서 ‘100만 공무원 표’를 의식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치적 영향력 개입 논란만 고개를 들고 있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놓치고 기금운용의 독립성만 잃은 꼴이 됐다는 얘기다.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의 경우 주체·세대 간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정부의 눈치 보기로 인해 ‘당정청 대 공무원노조’의 충돌 양상으로 확전되면서 개혁 추진이 난망하게 된 셈이다.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공무원노조가 오는 11월 ‘공무원연금개악 저지 10만 총궐기 집회’를 통해 강력 투쟁에 나설 방침을 정해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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