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근두근' 송혜교 "엄마 역할? 배우 아닌 여자로서 겁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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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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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송혜교(32)가 엄마 역할에 나섰다. 그것도 17세 여고생 때 아이를 낳은 철없지만 따뜻한 엄마다.

송혜교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 집)에서 화가 나면 찰진 욕을 입에 담는 당찬 엄마 최미라 역을 맡았다. 미라는 동갑내기 한대수(강동원)와 한번의 실수로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 아름(조성목)이를 낳고 엄마가 됐다.

고교생 신분으로 아픈 아이를 낳고 그게 자신 탓인 듯 자책하는 가슴 절절한 연기를 한 송혜교.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사실 송혜교는 연기자가 꿈이 아니었다. 1996년 우연히 교복 모델선발대회에 나간 것이 계기가 돼 연예계에 입문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고등학교 1학년 때 TV에 나오기 시작했죠. 사실 그 때는 연기자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한 적은 없어요. 선발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니 매니지먼트사가 접촉해 왔고 광고를 찍으니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송혜교는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했다. 악세사리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도 배우가 천직이었나 보다.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각인됐다. 2000년 KBS2 ‘가을동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다양한 페이소스를 지닌 배우로 거듭났다. 앳된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도 인기에 한 몫을 했다.

“데뷔 때는 소심하고 창피함도 많이 느끼는 그런 여고생이었어요. 학교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친한 친구들끼리만 다니는 그런 친구요. 나이가 들어서야 친구들과 술도 한잔 하고, 연애도 하면서 많이 변해 온 것 같아요.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요. 어릴 때보다는 지금 성격이 좋은 것 같네요.”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내성적 성격을 극복하고 배우의 길에 들어선 송혜교. 드라마에서는 작품마다 히트를 쳤지만 스크린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2005년 ‘파랑주의보’에 이어 ‘황진이’, ‘페티쉬’, ‘오늘’,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작품성 위주의 선택으로 비쳤다.

“제가 독립영화 ‘패티쉬’에 출연하고 ‘오늘’을 찍고 나니까 다들 제 행보가 짐작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만큼은 발랄한 것들을 피했던 게 사실이에요. 무거운 작품에 관심이 쏠렸죠. 이번엔 또 정반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만나니까 확 끌리더라고요.”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밝고 명량하지만 소재에 슬픔이 있어 웃고 있지만 눈물도 함께 흐른다. 그 중심에 송혜교가 있다. 이재용 감독은 영화의 초점을 아픈 아이 아름이와, 그를 감싸는 부모 대수와 미라에 양분했다.

“모두가 생각하는 모성애가 강한 엄마의 역할이었다면 많이 힘들고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송혜교는 “상상만 해도 어려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제 나이와 비슷한 철없는 아빠와 당찬 엄마, 친구와 같은 모습들이 강했기에 다가갈 수 있었다”면서 “아름이를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지만 현장에서는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에게 말을 걸 듯 ‘어제 뭐했냐? 밥은 먹었냐’라는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요. 미라의 명량하고 쾌활한 모습은 꼭 어머니를 닮았어요. 어머니를 롤모델로 삼은 건 아니지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모습을 참고했고,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82년생인 나이를 감안한다면 송혜교에게 어린 자식이 있어도 어색할 건 없다. 동안미모를 생각한다면 아직 어머니 역할은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기라는, 제가 행복한 일을 하고 있어서 나이든 엄마 역할이 두렵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아요. 제가 그 감정을 연기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있을 뿐이죠. 엄마가 된다는 것이요? 배우로서 보다는 여자로서 두려울 것 같아요.”

갑자기 신이 준 선물로 인해 어린 나이에 독립한 미라가 되기 위해 송혜교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설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기초 제품만 썼다. 여자라면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마음이고, 여배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송혜교는 “작품할 때는 예뻐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CF처럼 꾸밀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연기를 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래도 교복에, 날라리들이 한다는 일명 ‘깻잎머리’를 한 채 연기를 하면서 눈가 주름이 보일까봐 걱정은 했다고 귀띔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뀐 것은 30대에 들어서였다.

“20대 때는 연기에 대한 욕심에 (작품 속에서) 내가 보였으면 했어요. 어려운 연기는 부담으로만 다가왔죠. 그런데 30대가 되고나니 선배들께서 ‘현장이 제일 편하다’고 말씀하셨던 것들이 이해가 돼요.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이제야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17년차 여배우의 내공이 느껴지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미라와 대수, 아름이가 택시라는 한 공간에서 오열하는 장면이다. 택시의 앞뒤에서 촬영하다보니 카메라의 구도가 계속 바뀌어 수십 번을 촬영했다. 송혜교는 가장 힘든 신으로 그걸 꼽았다.

“하루종일 찍었는데 한번 촬영을 끝내고 카메라를 옮겨 다시 감정을 잡아야하니까 정말 많이 울었죠. 셋이 다 같이 호흡을 해야 하는 장면이라 팀워크도 중요했고요. 한 명은 감정을 잡았는데 다른 사람이 못 잡으면 다시 찍어야했으니까요. 촬영을 마치고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송혜교는 인터뷰를 통해 홀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을 재차 드러냈다. “힘든 내색 한번하지 않고 저를 키우셨다”며 “요즘에 들어서야 과거에 힘들었던 것을 얘기하시더라. 그래서 그 때 내색하지 그랬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면서 웃어보였다.

자연스레 ‘엄마 송혜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20대 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작품에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결혼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혼은 꼭 해야죠. 아기도 좋아하고요. 엄마가 된다면 미라처럼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가끔 딸 친구들과 함께 놀아 줄 수 있는 그런 엄마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에 더 관심이 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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