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지난 추석연휴기간 '식물국회' '일 안하는 국회'란 성난 민심을 접했다면 국회 정상화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정기국회의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추석 민심을 종합해 보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를듯하다"면서 "국민들께서는 세월호 문제를 이제는 그만 매듭을 짓고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어 "여야 원내대표 두 분이 모든 재량권을 가지고 마지막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이번 주말까지 타결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양당의 의원총회는 이 합의를 무조건 추인해 국회정상화를 반드시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이 9.11 테러 13주년이 되는 날임을 상기시키며 "그 최악의 참사 속에서도 약 4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대피할 수 있었던 반면,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야는 이처럼 국회 정상화에 공감하면서도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양보 없는 입장을 고수, 교착 정국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데 급급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새정치연합은 특별법 조속 처리를 요구하기 전에, 유가족측이 거부한 재합의안에 대해 어떠한 최종 판단을 하는지 먼저 밝히고 협상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합의사항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거부인지 유보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거부, 보류, 승인 등 야당이 먼저 의총을 열어 확실히 입장을 정해줘야 그 전제하에서 우리 당 입장을 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협상 난항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승적 양보를 거듭 촉구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을 눈 딱 감고 해결해야 한다"면서 "세월호법 뒤에는 여당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영선 원내대표를 만나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해 정기국회 의사일정 등 여러 쟁점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두 차례의 합의안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되고, 야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하는 등 양당 원내대표 합의에 대해 소위 '약발'이 먹힐 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앞서 유가족들과 세 차례 회동해 재합의안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원하는 유가족들로 인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 이어 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움으로써 그나마 국회 정상화에 대한 실낱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날 오후 회동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확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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