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중대형(전용면적 85㎡ 이상) 아파트의 부활이 가속화할 조짐이다. 미분양이 1년새 3분의 1이 줄었고 기존주택시장에서도 중대형 거래량이 늘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의 경우 중대형 경매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며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한데다 이달 1일 재건축 연한 단축 및 청약제도 개선 등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중대형 아파트에 수요자 및 투자자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7월 2만9689가구에서 올해 7월 1만9166가구로 35.4% 감소했다. 서울·수도권 중대형 미분양 역시 같은 기간 2만139가구에서 1만3577가구로 32.6% 줄었다.
특히 최 장관이 경기부양책을 전면에 내걸고 나서면서 그동안 악성 미분양의 대명사였던 인천 청라지구와 김포한강신도시의 미분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라 롯데캐슬의 경우 중대형 미분양이 최근 두달 새 300여가구에서 150여가구로 절반으로 줄었고 김포한강 센트럴 자이는 전용 100㎡가 지난달 완판된 데 이어 나머지 중대형도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계약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기존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전국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5만2691가구로 전년 동기(4만5228가구) 대비 16.5% 늘었다.
주택시장의 바로미터인 경매시장에선 중대형의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8.0%로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중대형 낙찰가율은 81.0%로 아파트 전체 낙찰가율인 84.1%보다 낮았지만 현재는 전체 낙찰가율인 88.5%에 근접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더욱 높다. 이달 들어 강남 3구 중대형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1%로 감정가를 뛰어넘었다. 경매에 나온 17건 중 13건이 중대형이었고, 이 중 낙찰된 4건도 모두 중대형 아파트였다.
이처럼 중대형 아파트 시장의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그동안 가격 하락폭이 커 중소형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든데다 입주 물량이 줄어 희소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대형 아파트는 지난 2010년 이후 입주 물량이 꾸준히 감소해 올해에는 2만8008가구만이 입주하게 된다. 이는 2010년 10만705가구보다 72.2% 줄어든 수치다.
반면 중소형의 경우 2012년(9만9104가구)이후 입주물량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올해는 17만6020가구가 입주한다. 올해 중소형 입주물량은 중대형(2만8008가구)보다 6.3배 많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중대형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자들이 중대형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한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대형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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