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부촌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고급 주거단지의 중심축이 기존의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옮겨가는 추세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주거공간으로서의 '강남'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도곡동·대치동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도곡동의 경우 2002년 '타워팰리스'가 들어서면서 아파트 단지가 노후된 압구정동으로부터 최고급 주거단지의 이미지를 넘겨받았고, 대치동은 전통적으로 '강남 8학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08년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3410가구)'와 2009년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가 입주하면서 반포동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또 최근 서초동 강남역 일대 아파트들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강남권의 대표적인 아파트촌으로 조성된다.
반포동 한강변의 경우 최근 신반포 1·3·15·23차, 반포 경남 등 5개 단지의 통합 재건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이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위원회 및 조합은 '신반포 광역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통합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한강변에 5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서는 셈이어서 강남권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신반포 1차 재건축 단지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3.3㎡당 4000만원 수준의 높은 분양가에도 지난해 12월 1회차 분양에서 평균 1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이미 5000만~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돼 있다. 이달 2회차 분양을 앞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3.3㎡당 분양가를 평균 4130만원으로 책정,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갱신한 점도 신흥 부촌 경쟁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에 맞선 서초동 강남역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만만찮다. 강남역 일대는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가는 강남권 교통의 핵심 지역이다. 특히 삼성그룹 서초사옥과 함께 이들 단지 인근에 있는 롯데칠성부지가 55층 높이의 도심형 상업시설을 갖춘 롯데타운으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업무·교통·문화·주거 등 모든 것이 갖춰지게 된다.
서초동에는 이달 일반분양을 앞둔 서초 우성 3차를 시작으로 우성 1·2차, 신동아아파트, 무지개아파트가 모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이 마무리되면 5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우성 2차는 빠르면 올해 말, 우성 3차는 내년 말 이주를 계획하고 있고, 무지개아파트의 경우 지난 7월 사업계획안이 통과됐다. 신동아아파트 역시 조합설립을 추진 중으로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강남권 최초로 임대주택 없이 재건축을 하게 된다. 특히 이미 서초 우성 1~3차의 시공사가 삼성물산으로 선정돼 있어 삼성 사옥과 함께 강남역 일대가 '삼성 타운'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게 되면 대단지 프리미엄이 더해져 수요자들이 더욱 선호하는 편"이라며 "특히 서초구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30여곳이나 있고 집값도 강남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에 랜드마크급 프리미엄 단지에 대한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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