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가격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건축 연한 10년 단축을 골자로 한 9·1 부동산 대책 이후 수혜 단지 중심으로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많게는 수천만원 오르며 시세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어서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개포시영 전용 28㎡의 호가는 4억6000만원 수준으로 한달 새 3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전용 50·57㎡도 각각 2000만원가량 떨어진 7억2000만원, 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114 시세를 보면 9·1 부동산 대책 이후 1주일 만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상승했다. 9·1 대책 이전 주간상승률 평균이 0.1%를 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재건축 시세가 주간 0.2% 이상 상승하면 보통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개포시영아파트 주민들이 나홀로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추가분담금 문제에 있다.
개포시영아파트는 기존 30개동 5층 높이의 1970가구가 최고 35층, 2296가구로 재건축된다. 전용 60㎡ 미만 소형주택 900가구(임대주택 120가구 포함), 60~85㎡ 중소형 905가구, 85㎡ 이상 중대형 491가구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개포지구 내에서 주공2·3단지와 함께 빠른 재건축 추진 속도를 자랑했다.
당시 주택형별로 약 1000만~2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던 개포시영은 지난달 추가분담금이 최대 1억원 이상 늘어나며 시장반응이 냉랭해졌다.
추가분담금이 증가한 것은 기존 탑상형 구조를 판상형 구조로 바꾸면서 일반분양 가구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용 33㎡ 소유자가 76㎡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1억107만원, 115㎡는 5억386만원, 172㎡는 11억6567만원을 추가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대해 개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높은 추가분담금으로 조합원들과 일반 매수 문의자들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주공2·3단지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되면서 가격이 차츰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달 조합원 분양신청을 마친 개포주공2·3단지의 경우도 분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각각 7000만~1억원, 3000만~5000만원 증가하면서 시세도 3000만원 이상 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공2단지 전용 26㎡ 매매가가 4억6000만∼4억7000만원으로 1주일새 500만원가량 상승하는 등 9·1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개포주공2·3단지 일부 주택형은 1000만원 이상 가격이 오르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시영재건축조합 관계자도 "아직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아 추가분담금 문제가 완전히 집값에 반영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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