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이제는 ‘18홀 59타’와 올림픽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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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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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학교때 이미 ‘될성부른 떡잎’…오픈대회 커트탈락은 단 한 차례…유연한 스윙·강한 멘탈이 장점…지독한 ‘연습벌레’이나 체력 보완은 과제

2014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티샷하는 김효주. 세계여자골프계는 '앙팡 테리블'로 우뚝 선 그의 다음 성취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LET 홈페이지]



15일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마스터스GC(파71) 18번홀(파4).

미국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가 티샷을 나란히 페어웨이에 떨궈놓았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76야드로 비슷했다.

17번홀까지 1타 앞선 ‘백전노장’ 캐리 웹(40·호주)이 먼저 두 번째샷을 했다. 볼은 그린왼편 프린지에 멈췄다.

이번에는 한국의 ‘신예’ 김효주(19·롯데)가 어프로치샷을 했다. 볼은 화살같이 그린을 향했고 홀옆 3.6m지점에 멈췄다.

웹은 퍼터 대신 웨지를 들었다. 8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둬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분비된 탓인지 볼은 홀을 3m나 지나쳐버렸다. 연장전이나 역전이 어른거리는 상황으로 빠져든 것이다.

김효주가 버디퍼트를 했고 볼은 홀안으로 사라졌다. 시선은 웹에게 쏠렸다. 파퍼트를 성공하면 연장전이요, 실패하면 2위가 될 판이다. 직전홀까지 홀로 쑥쑥 들어가던 그의 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웹은 보기로 홀아웃하며 우승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 생애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미국LPGA투어 통산 41승(메이저대회 7승 포함)의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 멤버’를 제치고 이름을 각인했다. 그것도 첫날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18홀 최소타수 기록을 갈아치운 후 71번째홀까지 1타 리드당하다가 72번째홀을 버디로 마무리한, 가장 메이저대회다운 우승 방정식이었다.

2009년 US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남자골퍼로는 최초로 메이저타이틀을 안은 양용은(KB금융그룹)을 연상시키는 명승부였다.

김효주는 마지막 홀 버디 퍼트에 대해 “내 생애 최고의 샷”이라고 했고 웹은 “19세 선수답지 않게 끝까지 침착한 플레이를 한데 놀랐다”고 칭찬했다.

김효주는 세계랭킹 10위로 치솟았다. 그보다 랭킹이 앞선 한국선수는 박인비(KB금융그룹·2위)와 유소연(하나금융그룹·6위) 뿐이다. 김효주는 골프입문 10년만에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을뿐 아니라, 세계여자골프의 판도를 가름할 ‘거목’으로 우뚝 섰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

강원 원주 출신인 김효주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5년 골프클럽을 잡았다. 육민관중학교때 두각을 나타내더니 중3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 해 퀸시리키트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위의 기대에 보답했다. 대원외고에 진학해서도 거칠것없이 커나갔다. 고1이던 2011년 송암배·호심배 등에서 정상에 올라 무적임을 알렸다.

2012년은 그의 골프이력에서 빛나는 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6월에는 일본 산토리 레이디스오픈에서 JLPGA투어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의 프로대회를 석권한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슈퍼 고교생’ ‘제2의 신지애’라는 수식어가 이 때 붙었다.

김효주는 또 그해 10월 터키에서 열린 세계 여자아마추어 골프팀선수권대회에서 김민선 백규정과 함께 한국의 단체전 우승을 이끈 후 곧 프로로 전향했다.

김효주는 차분한 성격으로 목표가 뚜렷하며 매사에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정평났다. 아마추어 때는 ‘오전 영어공부-오후 골프연습’의 패턴을 지켰으나 프로가 된 후에는 연습만 하는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주위 사람들이 “골프밖에 모르는 선수같다”고 말할 정도다.

김효주는 ‘선배에게는 호감을 주고 후배에게는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박세리를 존경한다.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250∼260야드로 중상급이다. 그러나 출중한 이언샷과 퍼트,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으로 코스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기본기와 스윙 리듬이 좋아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스윙을 하는 것이 장점이다. 보기를 하고도 다음 홀에서 곧 잊어버리는 ‘강한 멘탈리티’도 갖고 있다.

흠은 체력이 다소 약하다는 점이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그는 “한국에서 좀더 체력을 다진다음 미국LPGA투어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대회에 나갔다 하면 상금 받아

김효주는 메이저대회에 처음 출전해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뜻이다.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미국LPGA투어 9개 대회에 출전했다.아마추어 때 네 차례, 프로전향 후 다섯 차례다.
아홉 차례 모두 커트를 통과했다. 우승 한 번을 포함, 네 차례나 ‘톱10’에 들었고 25위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특히 올해는 세 대회에서 모두 10위안에 들었다. 그만큼 안정적인 기량을 갖고 있고 상금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는 얘기다.

김효주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2013년엔 21개 대회에 나가 20개 대회에서 상금을 받았다. 상금을 받지 못한 한 대회는 그해 6월 열린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이다. 당시 2라운드 후 손목 부상이 악화돼 기권했다.

올해는 KLPGA투어 17개 대회에 나가 모두 커트를 통과하며 3승을 올렸다. 김효주는 프로전향 후 지난달말 하이원리조트오픈까지 KLPGA투어 37개 대회에 나서 기권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커트를 통과했다.

그가 KLPGA투어에서 커트탈락한 것은 아마추어 시절인 2011년 9월 출전한 한화금융클래식 때 뿐이다.

프로골퍼들에겐 들쭉날쭉한 성적보다는 일관된 성적으로 꾸준히 상금을 획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효주는 그런 면에서도 정상급이다.

◆다음 목표는 ‘18홀 59타’와 올림픽 금메달

김효주는 2년전 산토리 레이디스오픈 우승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주요 3대 LPGA투어인 일본·한국·미국에서 각종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효주의 다음 타깃은 한 라운드를 59타 이내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두 번이나 61타를 기록한 그에게 무리한 목표는 아닐성싶다. 미국LPGA투어에서는 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이 단 한차례 59타를 쳤다.

김효주는 2년 후 열리는 리우올림픽도 겨냥한다. 국가대표를 지낸 그이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태극기를 흔드는 일에 어느 선수보다 욕망이 강하다. 세계랭킹 10위권에 든만큼 올림픽 출전도 가시권이다.

한국여자골프는 양궁처럼 선수층이 두텁긴 하지만, 김효주의 상승세와 2년 후의 나이를 감안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가 한국대표로 나가게 되면 뉴질랜드 교포 고보경(17), 호주교포 이민지(18) 등과 메달 색깔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김효주는 한국과 미국 LPGA투어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다. 일본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는 장정에 이어 3개 LPGA투어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둘째 선수가 된다. 신지애도 일본 메이저대회에서만 우승하면 그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 부문에서 김효주와 신지애의 경쟁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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