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실적 압박 고조, 은행권 "부작용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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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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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6일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혁신위원회에서“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을 점검하는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오는 10월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그럴수록 은행권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기술금융 활성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술금융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실적에 매달릴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6일 "어떤 은행이 기술금융에 앞장서고 창조금융을 선도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을 점검하는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10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기술금융이 회자되자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관련 조직을 만드는 등 '성의'를 보여왔다.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지원 대출 누적액은 5일 기준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조직 내부 성과평가체계도 기술금융에 맞춰 조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식재산 금융 노하우 보강을 위해 특허청, 생산기술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달 초에는 '기술창업기업 사랑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기술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기술기반 창조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공계 변리사와 석·박사급 인력을 보강중이다. 농협은행 역시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이달 중으로 본사에 기술평가팀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화답에도 금융당국이 실적을 더 내라고 채찍질하자 은행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당국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실적이 좋지 않으면 패널티를 적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임원은 "기술금융에 대한 필요성 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출책임은 결국 은행이 져야 하는데 실적내기에만 급급해 줄을 세우겠다는 방침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기술금융을 비롯해 당국의 일방적인 정책에 보조를 맞추느라 허리가 휘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년 상반기 국내은행 경영성과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상반기 순이자마진은 1.8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수수료이익은 정체 상태이며 성과는 대손비용 등 일회성 요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아직은 기술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인력을 보강하고 있는 초기단계인데 당국이 너무 조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정권의 '녹색금융'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MB정부 시절인 2009~2013년 녹색성장 관련 펀드만 총 86개가 출시됐지만 현재 녹색금융 상품은 흔적도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실적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은행들이 자체적인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자체적으로 기술평가 조직을 갖춘 곳은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한은행 정도에 불과하다. 

노호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은행들이 기술평가와 관련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자체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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