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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으로 본 정국진단] 이상돈 파동, 퇴행적 정당문화 민낯에 확인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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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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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YTN방송화면캡처]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상돈 파동’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넘어 여야 기성 정치권을 강타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선택한 직후 제1야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60년 정통의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현직 대표가 ‘탈당’을 거론하며 당내 반대세력에 항거했고, 그간 새정치연합의 고질병인 계파 패권주의를 단숨에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당내 문화를 노출했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고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총을 겨누던 새정치연합은 ‘이상돈 파동’으로 식물·뇌사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애초 새정치연합의 출범 명분인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화학적 결합은 간데없어지고, 매파(강경파)들의 향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상돈 파동’ 과정에서 야권의 강경파 대명사로 불린 친노(친노무현)그룹뿐 아니라 제 계파의 강경파들이 모두 한꺼번에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당 해체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했다는 점에서 미증유의 위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상돈 “野, 계파 패권주의 이상의 문제 있다”
 

탈당 의사를 내비치며 칩거에 들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세월호 정국에서 ‘이상돈 파동’이 던진 충격파는 적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안이 두 번이나 당내 강경파에 의해 막힌 박 위원장은 ‘이상돈-안경환’ 투톱을 골자로 하는 혁신 비대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위원장으로선 세 번째 모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공동 체제 당시 대립각을 세웠던 친노그룹은 물론 각 계파 내 강경파들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함께 정치쇄신특별위원을 맡았던 이 교수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정청래 의원 등은 ‘결사저지’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위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정권 당시 BBK 저격수로 불린 박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뒤 지난 14일부터 정치적 잠행에 들어갔다. 박영선 탈당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은 ‘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가까스로 죽음의 늪에선 벗어났지만, 현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는 미봉책에 불과, 향후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돈 교수는 17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내홍에 대해 “야당의 리더십이 취약한 것”이라고 진단한 뒤 “계파 패권주의 이상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강경파가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이 됐다. 제3 지대는 유효하지만, 지금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계파 갈등 이상의 문제는 친노뿐 아니라 제 계파가 패권주의 늪에 빠지면서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없는 퇴행적 문화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野 위기 때마다 반복된 ‘수혈 정치’…이젠 종말 고할 때
 

탈당 의사를 내비치며 칩거에 들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실제 박 위원장의 거취 기자회견이 예고된 이날 오전 새정치연합 최민희 은수미 강기정 배재정 이종걸 인재근 홍익표 진성준 우원식 홍익표 이인영 이목희 최규성 노영민 유승희 의원 등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대응책 모색에 돌입했다.

국회에서 만난 당 한 관계자는 이 명단을 보더니 “더좋은미래모임도 아니고 무슨 모임이냐”면서 “(인적) 구성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정국에서 강경 노선을 포기한 박 위원장을 낙인찍은 이들이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도보수부터 강경진보까지 ‘다수연합정당적’ 성격을 지닌 새정치연합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전투적 중심의 운동권 문화의 틀을 벗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위기 때마다 명망가의 외부수혈 전략과 연대 등의 세력통합식 전략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권 위기와 관련해 “세 불리기에 열중한 나머지 화학적 결합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새정치연합의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외부수혈의 한 형태인 DJ(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가 과거 군부독재 시절 땐 진보진영의 독자적 생존을 가로막았다면, 2013년 체제에선 명망가 수혈 정치를 통해 정당 혁신을 도외시했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게다가 ‘이상돈 파동’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의 말 바꾸기 논란 등 대권주자 검증은 물론 제3지대 형성을 골자로 하는 야권발(發) 정계개편, 야권의 위기 속에서 정치적 공격성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 등의 행보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퇴행적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상돈 파동이 부른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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