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유의 언덕’ 소통에는 담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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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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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자유의 언덕'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자유의 언덕’(감독 홍상수)은 소통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인 모리(카세 료)는 2년전 한국에서 일본어 강사로 지내던 시절 권(서영화)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러나 권은 이를 거절하고, 모리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2년동안 권을 잊지 못한 모리는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와 권을 찾는다. 모리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부터 권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십 수장에 달하는 모리의 편지의 첫 페이지를 읽은 권은 자리를 옮기다 편지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다. 권은 카페 ‘자유의 언덕’에서 편지를 읽기 시작하고 영화는 편지의 순서대로 모리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모리는 권을 기다리는 동안 만난 모든 한국인으로부터 “한국에는 일 때문에 오셨나요? 아니면 관광?”이라는 질문을 받는다. “무슨 일을 하느냐”는 물음도 붙는다.

모리와 소통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담배라는 매개체가 있다. 모리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 주인 구옥(윤여정)부터, 구옥의 조카 상원(김의성) 모두 모리와 담배를 태운다. 카페 자유의 언덕을 운영하는 영선(문소리) 역시 흡연가다. 권도 모리의 편지를 다 읽고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인다.
 

[사진=영화 '자유의 언덕' 스틸컷]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인물은 영선의 남자친구 광현(이민우)과 사랑(?)의 도피 중인 게스트 하우스 이웃 남희(정은채) 뿐. 영선을 두고 바람을 피우고, 허세가 큰 뮤지컬 연출자 광현은 모리에게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 마치 그냥 예술가 같다”라고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독설을 한다. 남희 역시 수더분한 상원이 말을 걸어오자 “나를 언제 봤다고 말을 거느냐. 말 걸지 말라”고 소리친다.

모리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읽는 책의 제목도 ‘타임(Time, 시간)’이다. ‘시간=소통’이다. 모리와 영선의 소통은 책 ‘시간’이 계기가 됐다. 영선은 모리에게 “책을 읽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모리와 영선 사이에서 담배는 ‘이별’이다. 영선은 담배가 앞에 놓여있지만 모리와 함께하는 동안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피웠다하더라도 홍상수 감독은 연출하지 않았다. 뒤엉킨 시간 속에서 영선은 모리의 담배 한개피를 얻어 피우지만 두어 번 빨고 난 뒤 “안녕”이라며 집으로 돌아가고, 모리는 잠을 청한다.

결국 모리는 권을 만나고 작은 언덕으로 보이는 북촌길을 함께 걷는다. 이제 두 사람만의 ‘시간’이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상영 중.

한편, 눈길을 끈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품인 책 ‘하녀(下女)’다. 문소리의 집에서 등장하는데,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에 출연한 바 있는 문소리가 임상수 감독의 작품 ‘하녀’를 의미하는 듯한 책을 갖다 놓은 것인지, 이름이 같은 홍상수 감독이 활용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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