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자금확보 수단으로 활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 작품의 가치 평가에 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공방은 양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 벌여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유씨 측근 8명에 대한 8차 공판에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신청한 사진 경매 전문가와 사진 감정 작가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에는 검찰 측 증인인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미술경매팀 이사 최모(44)씨가 먼저 증언했다.
"아해(유병언의 예명)라는 사진작가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최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 알게 됐으며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사진 작품 30∼40점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유씨 사진의 작품성에 대해 "사진을 포함한 현대 예술의 가치는 있는 것을 똑같이 잘 찍는 게 아니며 충분한 인문학적 배경을 토대로 통찰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한데 아해 작품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폄하했다.
또 유씨 사진 작품의 상품성에 관해서는 "해당 사진작가의 과거 경매시장에서의 기록이 중요한데 유씨의 작품은 국내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점심시간 휴정 뒤 이날 오후 속행한 재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미국인 사진 감정사 D(62·여)씨 등 2명이 출석했다.
D씨는 "아해프레스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아해의 사진 작품을 6주에 걸쳐 감정했다"며 "표준감정평가기준에 따라 비슷한 작품의 시장 가격과 비교해 감정하는 시장판매 비교접근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해는 비교적 짧은 시간인 5년에 걸쳐 300만장을 찍는 등 매우 독특했다"며 "작품 활동 시간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유씨의 사진이 피터 리 등 자연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한 사진학과 교수가 아해의 작품을 4~5만원 수준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 작품을 프린트하는 데만 고가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송 대표 등 유씨 측근 8명은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씨 일가를 위한 컨설팅 비용,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작품 값 등의 명목으로 30억∼260억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피고인 8명의 범죄 혐의 총액수는 960억원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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