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관측해 세입 전망을 너무 높게 잡았다"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은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애초 계획보다 총 지출을 8조원 늘린 것은 큰 수치라고 봐야 한다"며 "올해 성장률이 3% 중후반이고 내년도 그 이상일 것으로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안 급인데 국가재정법상으로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8조원을 추가로 풀면 통상 0.2∼0.3%포인트의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성태 연구위원은 "내년에 진행될 공공부분 개혁이나 구조조정에 앞서 자금을 미리 풀었다는 측면도 봐야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파업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경기 대응으로 자금을 풀었다면 문제지만 구조조정과 경제혁신을 위한 자금으로 미리 푼 것이라면 좋은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김성태 연구위원은 "국세 수입을 221조5000억원으로 5조원만 늘릴 것은 잘한 부분"이라며 "세입 예산의 현실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세수 부족을 인정한 것으로 사실상 고해성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2018년에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가 -1.0%라고 한 것에 대해 김성태 연구위원은 "당장 균형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이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은 "예산의 총액 증가율보다는 내용이 문제"라며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세금을 늘려서 적자를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현재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기업 유보금 과세 등 일부 세금을 올린다고 하지만 소득세, 법인세 등은 증세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기존에 감세한 부분을 정상화하지 않은 채 적자를 늘린다는 건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김유찬 교슈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하면서 물가상승률 2%, 실질 성장률 4%, 경상 성장률 6% 정도로 전망했는데 너무 높게 내다본 것 같다"며 "한국이 성숙된 선진 경제는 아니지만 개발도상국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목표치를 제시하기 위해 고심한 정부의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성장률이 너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가 내수활성화와 재정건전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내년 예산안으로 보여줬지만, 중기재정운용 계획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제 활성화와 복지, 안전 예산을 늘리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면서도 "목적에 맞는 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준협 실장은 "'가계소득 증대예산'의 특징을 띠고 있지만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향상을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기업투자 촉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민간의 정규직 전환 등을 이끌어낼 만큼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대책은 예전 대책의 예산액만 늘렸을 뿐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세입 전망에 대해서는 "내년 경제성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봐서 세입 전망을 과도하게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며 "지난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부족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이준협 실장은 "내년 소비세와 소득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경기가 살아날 것을 전제로 하는데,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확대는 한해에 그쳐야 하는데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가 1%에 달하도록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그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밖에 없으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 부양책 차원으로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적자재정의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정책, 통화정책 모두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경제를 계속 이끌어가기는 어렵다"며 적자 재정이 커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고려하면서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적자 규모가 계속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정적자를 편성하면 첫해에는 효과가 있지만, 다음 해에는 같은 액수를 늘려도 성장효과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근태 수석위원은 "단기 부양책과 함께 성장활력 확대 정책을 같이 써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 기조에서 규제완화, 서비스업 활성화 등 내수산업 창출을 통한 성장정책으로 옮겨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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