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속살은 쪽지·형님 예산 구태…“내 지역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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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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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15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18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하면서 슈퍼 예산을 통한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내자 여야는 민생과 서민 프레임을 앞세워 정면 충돌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펼쳐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탈당 파동으로 9월 정기국회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여야가 예산 전쟁의 총탄을 준비하자 매년 반복된 예산·결산의 졸속 심사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부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법정시한인 오는 12월 1일 국회에 자동 부의하지만,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부의와 상정은 다르다”며 본회의 상정과 표결의 험로를 예고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예산안은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된다. 내주 예산안을 둘러싼 제1라운드 막이 오르게 된다. 예산안의 자동 부의가 ‘쩐의 전쟁’의 종말이 아닌 시작이라는 얘기다.

여야는 이날 정부의 예산안 발표 직후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포문은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한 박 위원장이 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예산안 평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서민 증세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단독국회라도 강행하겠다고 한 것인지 되묻는다”고 평가 절하한 뒤 △재정파탄에 대한 무책임 △복지디폴트 지방에 대한 무대책 △서민증세 택한 반서민 프레임을 고리로 파상공세를 폈다. 

또한 정부의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를 ‘서민 증세’로 규정한 뒤 “가장 손쉬운 세수확대 방안인 서민 증세, 재벌과 고소득자 위한 부자감세부터 철회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예고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일방적 의사일정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한 손에는 ‘서민 증세’, 다른 한 손에는 ‘집권여당의 독선’ 프레임을 들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즉각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고 싫다는 것이냐”라며 “우리 경제는 서서히 가라앉는 배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균형재정을 추구한다면 정상적인 국가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문제는 여야가 겉으로는 ‘민생’과 ‘서민’ 프레임을 앞세우지만, 속살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 및 내 지역구 챙기기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난항으로 2014년도 국정감사가 예산 국회 이후에 실시하는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데다 세월호 특별법 교착 국면이 예산의 부실 심사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역대 가장 부실한 예산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 국회의 고질병인 ‘정부 예산안 발표→야당 반기 및 수정안 제출→국회 파행→쪽지·부실 예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 지역구 챙기기에만 관심을 둔 현역 의원들이 ‘쪽지·형님’ 예산을 통해 경쟁적으로 지역구·민원성 예산 챙기기’에 나설 경우 예산 부풀리기 관행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연말에도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예산 증액 요구가 9조원대에 육박했다.

국회 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국토안전 예산 4조원으로, 올해보다 6700억원 증액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다가 막판 예산 삭감 및 증액을 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통해 예산 증액에 나설 경우 상임위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산의 적절성과 적합성 심의는 간데없어지고, 예산 증액에만 급급한 상임위와 혈세 나누기에 급급한 예산 심의,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심 심사 등이 맞물리면서 국회 무능론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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