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최초로 만든 '공약 가계부'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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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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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도 SOC예산, 공약가계부보다 4조원 이상 늘려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5월 말 역대 정부 최초로 만든 공약가계부가 사실상 폐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밝힌 내년 예산안에 비춰보면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15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7000억원 늘어난 24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공약가계부 발표 당시 SOC투자 규모를 21~22조원 수준으로 정상화해 나가는 등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약가계부란 박 정부의 향후 5년간(2013~2017년) 140대 국정과제를 위해 필요한 돈과 마련할 돈을 대차대조표로 정리한 것으로 부처 업무계획과 예산안 수립의 기준이 된다.

특히 가계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약가계부에 따르면 정부는 복지공약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까지 84조1000억원의 세출을 절감해야 한다. 이 중 SOC예산은 11조6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따라 공약가계부 상으로는 내년도 SOC 예산은 중기재정계획(2012-16년) 대비 2조7000억을 줄인 20조원만 책정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4조4000억원으로 늘어나 공약가계부 계획보다 무려 4조원 이상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통해 산업과 농림, 복지 분야 등의 재량지출에서도 내년에 중기재정계획 대비 각각 1조3000억원과 8000억원, 2조2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내년도 예산안에는 실제로 재량지출 예산이 줄어든 분야는 한 군데도 없다.

공약가계부 파기는 세출 절감 부분만이 아니다.

공약가계부의 기본 줄기 였던 '증세 없는 재원마련'도 이번에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계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정책 변화를 가져 온 이유는 지난해 저성장 고리를 끊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며 경제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올해 8조5000억원 정도의 세수 부족까지 예상되는 상황에다 복지공약 대신 경제 회복에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도 원인이다.

다만 정부는 공약가계부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약가계부에 있는 국정과제 내용들은 당초 계획대로 이행이 되고 있다"며 "내년은 기초연금과 반값 등록금 등 공약가계부 핵심 사업들이 완성되는 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출에서 절감하고자 했던 부분이 약 80조원인데 절감한 부분이 다시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용된다고 봐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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