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쿨'내나는 정몽구 회장, 사건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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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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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쿨'내 나는 사람이었나.

10조550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베팅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품에 안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는 말 한마디로 그동안 그가 보여준 '뚝심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써낸 입찰금액 10조5500억원은 재계는 물론 현대차를 출입하는 기자들마저도 믿지 못할 정도로 큰 액수였다. 하지만 너무도 엄청난 금액 덕분(?)에 내심 삼성과의 짜릿한 승부를 기대했던 기자로서는 화끈한 볼거리는 쏙 빠진 재미없는 영화나 다름없었다.

승자가 너무도 허탈하게 결정되고나니 이제 현대차그룹이 써낸 베팅 금액 이면에 관심이 모아졌다. 세간에는 다양한 소문이 흘렀다. 인터넷에서는 '10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글들이 돌아다녔다. 정 회장의 집착이라느니 함께 경쟁을 벌인 삼성에게 당했다느니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승자인 현대차그룹은 "100년을 내다 본 투자"라고 설명했다. 뭔가 알맹이는 빠진 느낌이다.

궁금증이 커지는 와중에 정 회장이 답을 내놨다. 정 회장은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한 직원을 불러 노고를 치하한 뒤 "더러 금액이 너무 과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러나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금액을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어차피 써야할 돈, 국가에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속 시원한 답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쿨'내가 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입찰 금액도 정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는 것이다. 결과만 놓고보면 정 회장은 일찌감치 통 큰 베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현대차그룹은 이런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입찰 보증금으로만 1조원에서 1원 빠진 9999억9999만9999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이름에 있는 '구(九)'를 12개나 연이어 써냄으로써 한전부지 인수가 정 회장의 뜻임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보증금은 입찰가의 5% 이상만 내면 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입찰가 10조5500억원의 9.5%에 이르는 돈을 보증금으로 냈다.

아무튼 정 회장의 결단은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시대를 열게하는 초석이 됐다. 기왕이면 100년 뒤, 정 회장의 통 큰 베팅이 현대차그룹사에 있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였다고 보는 이들이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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